(상)광복60주년 기념 : 한국기독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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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광복60주년 기념 : 한국기독교의 과제
  • 윤영호
  • 승인 2005.08.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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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과 갈등의 역사 청산하고 샬롬 선포를”  

광복60년은 제국주의를 표방한 국가들로부터 압제에서 자유를 되찾은 이후 누려왔던 기간을 뜻한다. 60년 전의 감격과 희열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민족적인 향연으로 확산됐을 법 하다.

하지만 한민족 모두 희열을 느꼈을까. 확신컨대 일제에게 협력했던 일부에게는 ‘청천벽력’의 혼란 그 자체였을 것이다. 35년간 누렸던 모든 기득권을 한꺼번에 날릴 위기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교회는 광복6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에 헌신한 감리교인들을 선별해서 특별예우를 갖추며 기독교인으로서 나라에 헌신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도록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일제에 협력했던 감리교 친일부역자 명단을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후손들이 살아있는 마당에 이렇게 친일부역자를 공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감리교는 과거의 시행착오를 더 이상 겪지 말아야 한다는 굳은 다짐으로 어려운 일을 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장로교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과거청산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사숙고 중인 모양이다.

친일부역 내지 공산부역을 과거청산의 하나로 부각시키는 것은, 그것을 기회로 개인의 영달과 그가 속한 단체의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음침한 전략이 있기 때문이고, 나아가 같은 민족을 짓밟고서라도 출세의 길을 가고야 말겠다는 패륜적 가치관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왜곡된 가치관이 아직도 한국사회에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기독교 안에 상당부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심각성이 있다.


광복60년을 맞는 현 시기, 한국기독교는 과연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같은 진지한 물음에 ‘세속에 연결된 타협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교회협이 최근 발표한 ‘한국교회와 사회에 드리는 글’은 자본주의적 요소가 기독교 안에 급속히 퍼지면서 교회에는 성장제일주의가 판을 치고 타인을 돌아보는 섬김 대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개인적 이기주의가 득세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신학적인 측면으로는, 몰역사이해를 부추기는 근본주의 신학을 겨냥하며 신학의 거듭남을 촉구하고 있다.


교회협의 이같은 지적은 비단 진보측의 생각만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현실 인식에는 다소 차이가 보이지만 보수그룹들도 세속의 성공주의가 교회의 도덕성과 종교윤리성을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하면서 1907년의 성령부흥운동을 통해 기독교 윤리의식 회복이 다시 구현되길 소망하고 있다.


보수, 진보그룹의 회고와 각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는 비기독교적 경향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을 경험하는 중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것으로, 신자유주의 시대와 세계화가 그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화려한 문구 때문에 굉장한 철학이라도 담긴 구호인 듯싶지만, 학자들은 이 문구를 통해 다시 일어나는 ‘제국주의적 패권’을 발견하고 철저한 기독교 가치관 수호와 관철에 역량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교회는 보편성과 일치성이라는 고유의 특성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을 간과하고서는 건강성을 지키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억압하는 행태가 새로운 모양으로 진행되는 최근의 경향들에 대해 기독교는 국가적인 시각을 세계적인 영역으로 확대함으로써 60여년전 한반도를 침식한 일제의 패권적 행태를 재발견해야 한다.


또 하나, 우리가 생각할 부분은, 지난 60년동안 한국사회와 교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행태를 기독교적으로 조망할 때 ‘긍정의 힘’보다는 ‘부정의 힘’이 더욱 세력을 넓힌 시기라는 점이다. 한민족 공동체는 협력보다는 시위와 부정적 비판을 통해서 그룹별 단결력을 키워왔다.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이정석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반일에서 반공, 반정부, 그리고 반미로 이어지는 부정적 저항심은 우리민족의 힘으로 국가발전을 이룩하려는 긍정적 노력을 약화시켰다. 오늘날 사사건건 미국을 비난하고 원망하는 반미는 반일처럼 언젠가는 다른 나라로 대상이 이동하겠지만 부정적 사고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정신적으로 자립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긍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기독교의 힘을 전제로,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구속사적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하나님의 통치를 기원하는 교회들의 노력이 광복60년을 맞는 올해를 기점으로 응집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강자와 약자로 분리된 인류역사를 화해와 샬롬의 선포를 통해 하나님의 통치권으로 끌고 들어가는 엄청난 사명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사회 가치관 혁명을 실현하는 가교역할을 교회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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