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뒤 주일학교 채울 아이들이 없다"

가정의 달 기획 (상)- 저출산을 넘자

2005-05-11     이현주

 

가정의 달을 맞아 지역교회들이 다양한 행사로 성도가정을 위로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간은 어버이주일로 노인초청 경로잔치를 마련하는가 하면 가족들과 즐거운 행사를 마련했다. 그러나 교계 일각에서는 교회가 가정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채 이벤트성 행사로 가정의 달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화되는 가족해체 문제와 저출산, 급속한 노령화까지 교회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같은 문제들이 사회이슈로 떠오르고 있어도 교회는 전도와 성장에만 급급한 나머지 교회의 셀조직이라 할 수 있는 가정을 돌보고 치유하는 일은 소홀한 상황이다.

본지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교회가 해결에 나서야할 가정문제를 이슈별로 살펴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로 저출산 문제를 짚으며 기독교인들의 의식과 저출산 해결과제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대안을 들어보았다.



최근 한신대학교 학술원 신학연구소가 한국인 가족문화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내용에 따르면 ‘자녀가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5.9%가 필요하다는 견해에 동감하고 있었으며 이 중 기독교인의 찬성견해는 73.3%에 달했다. 그러나 설문을 역으로 분석할 경우, 10% 가까운 응답자가 자녀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기독교인도 5%에 가량 자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또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없다는 ‘보통’의 응답자도 24.4%(기독교인20.9%)나 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부가 실시한 전국조사자료에 따르면 20~30대 여성들의 23%가 결혼 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비율이 해를 거듭할 수록 높아지고 있고 젊은 여성들의 의식변화를 막을 만한 뾰족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종족 보존의 개념에서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던 출산이 이제는 부모들에 의해 선택이 되고 있다.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연간 8조에 이르는 사교육비와 여성의 경제활동 제약, 정부의 복지혜택 미비 등 고비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문제를 이미 파악하고 있는 정부도 근본적인 저출산 해결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단순히 몇가지 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저출산의 심각성은 최근 늘어나는 산부인과의 폐업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새 생명이 탄생하는 울음소리로 인해 생동감이 넘치는 산부인과는 옛말이다.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 생기는 부인병을 치료하기 위한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주변에서 출산율 저조로 인해 문을 닫는 동료들을 보면서 쓸쓸함을 금할 수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한국사회의 저출산은 단지 선택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수위에 올라 있다. OECD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2010년을 전후해서 초등학교 학생수가 10년마다 20%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2020년에는 완전한 노령국가에 접어들어 세계시장에서 노동력 경쟁조차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출산이 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없을까. 전문가들은 당연히 교회도 저출산과 고령화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부중심의 가족구조로 인해 교회 문화가 바뀌고 주일성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20년 뒤 어린이 주일학교를 운영하는 교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나도는 것이다. 주일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곧 교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까지 가능케 한다.

기윤실 건강가정운동본부장 이의용 장로는 “기독교인들의 의식변화를 통해 교회 내에서부터 저출산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해쳐나가려는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로는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무출산이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종족을 보전하는 것은 가정의 기본 원리이며 출산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자 창조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즉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기독교인들은 순종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장로는 또 “황금만능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교회가 세속적 가치를 멀리하고 성도들에게 하나님 중심의 가정, 하나님 중심의 창조와 출산에 앞장서도록 가르쳐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출산과 양육에 대한 하나님의 가르침을 성도들에게 강조하는 설교가 선포되어야 하며 가정사역자들은 기존의 가정을 회복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생명의 시작부터 가정사역의 범주로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역설했다.

또 교회가 출산을 격려하고 성도들의 자녀양육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사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과 영아 보육시설의 확충 등 그리스도 안에서 믿고 양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교회가 제공할 때 건전한 믿음의 씨앗이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