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94.6% “전 세계 기후위기 심각한 상황”

KWMA·살림, ‘선교지 기후위기 대응 세미나’ 개최 기후재난 저개발국가에 집중, 선교사 역할 중요해

2023-11-14     한현구 기자

해외 선교사들의 94.6%는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과 한파, 산불 등 기후변화의 여파가 대부분 저개발국인 한국 선교사들의 선교 사역지에 집중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강대흥 선교사)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유미호)은 지난 7일 ‘선교지 기후위기 대응 세미나’를 열고 날로 심각해지는 선교지 기후위기 상황의 대책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선교지의 기후위기 상황과 이에 대한 선교사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에는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북미와 중남미 등 다양한 대륙에서 221명의 선교사가 참여했다. 다만 한국 선교사들의 사역이 집중된 아시아 대륙이 다수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매우 심각하다’는 답변이 50.7%, ‘심각한 편이다’는 답변이 43.9%를 차지했다. ‘심각하다’는 답변으로 묶으면 비중은 94.6%에 육박해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선교지에서 느끼는 긴박함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선교지에 당면한 기후재난이 선교지 내 현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한 선교사도 75.5%로 나타났다.

다만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는 심각성을 인지하는 수치에 따라가지 못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다’는 답변은 29%, ‘많다’는 답변이 ‘40.3%’로 관심이 있는 선교사들의 비율은 69.3%로 집계됐다. 조사를 발표한 정용구 목사(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는 “선교사들이 맡고 있는 사역이 많아 기후변화에까지 신경을 쏟을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선교지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교육을 하거나 실천 캠페인을 한 적이 있는지 묻자 ‘한 적이 없다’는 응답이 65.5%로 절반을 넘었다. ‘요즘 하고 있다’고 응답한 선교사는 18.1%에 그쳤고 ‘전에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6.3%였다.

선교지 기후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교회가 협력해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현지 선교지에 맞는 기후환경 교육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3.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기후환경 선교에 대한 인식 재고’(31.2%), ‘현지 선교지의 기후위기 현황 파악’(12.7%)이 뒤를 이었다. 기후환경 선교를 지원할 경우 선교지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기후적응 선교전략 교육 및 사례 공유 △현지 선교지와 협력 가능한 단체 연결 △세계 기후변화 적응 대책에 관한 번역 자료를 각각 1~3순위로 지목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민정희 사무총장은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세계 각국의 현장을 소개하며 심각성을 일깨웠다.

민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그동안 환경에 대해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못했다. 지금은 너무 큰 위기로 다가와 버렸다. 교회뿐 아니라 누구라도 이 문제에 당장 대응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기후 사례를 소개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은 저개발국가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저개발국가일수록 현 기후위기에 원인을 제공한 비중이 상당히 낮다는 점이다. 민 사무총장은 “기후재난은 전 지구적이지만 그 영향은 차별적이다. 지정학적 원인도 있지만 더 큰 요인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면서 “미얀마는 지난 2008년 태풍으로 14만 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미얀마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0.1%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주로 저개발국가인 선교지가 당면한 문제는 ‘이미 다가온 기후위기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것. 그는 “지금부터 모든 국가가 탄소 배출을 0에 가깝게 줄인다 해도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고 그 영향은 최소 수십 년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이미 기후재난을 겪고 있는 저개발국가로서는 닥친 재난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저개발국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있다. 먼저는 저개발국가에서 더 이상 탄소배출을 늘리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민 사무총장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우리도 지금의 선진국처럼 탄소를 배출해서 개발을 따라잡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버리면 지구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게 된다”며 “저개발국가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생태계를 함께 보전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연구하며 교육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역할은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깊다. 민 사무총장은 “선진국들이 저개발국가에서 자원을 채굴하면서 토양의 오염과 물의 오염이 일어난다. 한국의 시민사회에서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그런 문제에 일일이 접근하기 어렵다. 선교지에 계신 선교사님께서 해당 국가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목소리를 내고 대응하는 역할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면서 “기독교 가치관을 바탕에 두고 발전이 과연 물질을 더 소유하는 것인지 선교지 현지인들과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KWMA와 살림은 세미나 이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장기적인 기후위기 대응 로드맵 마련과 선교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