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세계 최초의 교회를 찾아서

2023-05-18     최운식 장로
최운식

몇 년 전 튀르키예 에르지예스대학교 객원교수로 근무할 때 안타키아(Antakya)의 ‘성 베드로 동굴교회’를 찾아갔다. 안타키아는 튀르키예 남동쪽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인구 약 20만 2천명의 도시이다. 이곳은 성경에 나오는 ‘안디옥’으로, 옛 이름이 ‘하타이(Hatay)’여서 ‘하타이’로 표기된 지도도 있다. 성경에 나오는 안디옥은 두 군데이다. 하나는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튀르키예 내륙 지방에 있는 얄바츠(Yalvaç)이다. 다른 하나는 수리디아 안디옥으로, 지금의 안타키아이다.

이곳은 기원전 2,000년경까지 시리아의 아무트 왕국이 통치하였다. 그 뒤를 이어 히타이트, 앗시리아, 페르시아가 다스렸다. 기원전 333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물맛이 좋은 이곳에 도시를 건설하고 싶어 하였다. 그가 죽은 뒤에 그의 무장이었던 셀레우코스 1세가 이곳에 안티오키아 왕국을 건설하고, 안타키아를 수도로 정하였다. 그 뒤에 로마에 병합되었고, 시저에 의해 재건되어 상업·교육·문화의 도시로 발전하였다.

안디옥은 베드로 사도가 기독교를 로마 여러 곳으로 전파하는 포교의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다. 또, 바울 사도와 바나바가 와서 생활하고, 선교 여행을 떠난 곳이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쓴 누가의 고향이고, 요한 사도의 수제자로 아시아 일곱 교회 중 하나인 서머나 교회 감독으로 순교한 폴리갑의 고향이다. 이곳은 신약시대 포교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곳으로, 기독교에서 예루살렘·로마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63년에 이곳을 성지로 선포하였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여 승천하신 뒤에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열심히 전파하였다.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늘어가자 이를 믿지 않는 유대인들의 박해가 심해졌다. 신도들은 스테반의 순교 이후에 박해가 더욱 심해지자 사방으로 흩어졌다. 예루살렘에서 박해를 받던 베드로 사도는 배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그를 따르던 신도들 중 일부가 이곳으로 와서 교회를 세우고, 베드로 사도와 함께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이 교회의 신도가 늘어가자 예루살렘 교회는 바나바를 이곳으로 보냈다. 이곳에 온 바나바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울 사도의 고향 다소로 가서 바울을 데리고 와 이 교회에서 1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가르쳤다. 그 당시에 예수를 믿고 따르던 사람들을 ‘크리스천(Christian)’이라 불렀다(행 11:22~26). 이렇게 보면, 이 교회는 이 세상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이고, 이 교회의 신도들은 처음으로 ‘크리스천’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이다.

나는 조금 긴장되고 흥분된 마음으로 하비브 낫자르산 기슭의 큰 바위를 깎아 만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성 베드로 동굴교회가 바위 안에 세워진 것을 보면서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리라.’고 한 예수님의 말씀이 실현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안은 100㎡ 쯤 되어 보이는 직사각형의 방인데, 전면의 중앙에는 돌로 쌓은 단이 있고, 그 가운데에 돌로 된 제단이 있다. 제단 앞의 벽 위쪽에는 천국의 열쇠와 두루마리 성서를 손에 든 베드로 사도의 상이 서 있다. 제단 오른 쪽에는 병을 낫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는 약수가 있다. 사람들은 이를 ‘성수’라고 한다. 제단 왼쪽에는 도피처로 가는 터널이 있다. 돌로 만든 제단은 12~13세기의 것이고, 모자이크 바닥은 4~5세기 것이라고 한다. 나는 교회 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성수를 한 모금 마시면서 초기 기독교인들의 경건한 생활 모습을 그려 보았다.

그때 서양 사람으로 보이는 남여 30여 명이 들어와 둘러서자 안내자가 교회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설명이 끝나자 일행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말한 뒤에 모두 손을 잡고 찬송을 하였다. 찬송이 끝나자 그 사람이 대표로 기도하였다.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는 모습이 아주 진지하고 경건하였다. 기도가 끝난 뒤에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이탈리아에서 성지순례를 왔다고 하였다. 나는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 사도가 세운 세계 최초의 교회, ‘크리스천’이라는 말이 처음 생긴 교회를 와 보았다는 감격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