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일치, 교회가 모범되자

2004-09-05     
김성영목사/성결대 총장

인류의 역사는 위기 속에서 발전해 왔다. 위기의식이 없는 개인이나 집단, 국가는 발전하지 못했거나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안팎의 도전에 대한 정확한 위기의식을 가질 때 응전의 지혜와 힘을 갖게 된다. 이런 점에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가능하며 역사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공동체의 응집력 여부이다. 아무리 큰 위기가 닥쳐도 그것에 직면한 공동체-가정이나 직장, 교회나 국가-가 튼튼히 결속해 있다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 반대로 공동체가 십인십색으로 분열돼 있다면 작은 위기 앞에서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 위기가 문제라기보다 위기에 대처하는 상태가 문제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섭게 급변하는 국제환경이 우리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시간만 끌고 있는 북핵문제,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 정치적 갈등과 대립,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의 침륜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과거 안보 불감증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은 워낙 많은 위기에 직면하다보니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위기 불감증’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려스런 위기는 바로 ‘분열의 위기’다.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총체적 위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 공동체의 단합된 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의 사회 현상은 어떤가? 정치적 이념 대립은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영항을 미쳐 서로 대립하고 분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동서간 분열, 계층간 갈등 등 고질적인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때에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화해와 치유, 단합과 일치를 호소하면서 위기 앞에서 하나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특징과 장점은 ‘다양성 속에서의 조화’다. 아름다운 정원은 다양한 향기와 자태를 지닌 꽃들의 하모니이다. 그런 가운데 전체의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오늘의 위기 속에서 누가 먼저 화해와 일치의 모범을 보일 것인가? 그것은 바로 교회다. 한국교회는 ‘하나되라’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간곡한 가르침(요 17:21~23)을 이 위기의 시대에 다시 듣고 실천해야 한다. 길지 않은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우리가 연합과 일치로 ‘힘을 모았을 때’ 교회는 부흥했다. 사회적인 메저리티를 형성하면서 국가와 사회에 크나큰 영적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한국교회는 자족감과 자만감에 빠져 ‘힘을 모으는 일’을 등한히 해왔다. 일부 교회는 성장하고 있는지 몰라도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볼 때는 하강 커브로 돌아선지 오래라고 한다. 한국교회의 재흥을 위해서도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난국에 처한 오늘의 상황에서 교회는 단합해야 한다. 화해와 일치에 앞장 서야 한다.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전 4:12). 한국 교회의 영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자. 그리하여 이 민족의 위기 앞에 서서 기도하며 난국을 극복해 나가자. 사랑하는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자.

남을 탓하고 비판하기 전에 먼저 한국교회가 다시 한번 단합하고 일치해야 한다. 주의 백성된 우리들이 먼저 섬김과 화해의 종이 돼야 한다. 그리하여 이 나라 이 민족을 위기로부터 구하자. 영적·현실적 위기로부터 구원하는 역사는 오직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손에 달렸으니 성령의 능력을 구하며 교회와 교회가 손에 손을 잡고 일어서자. 민족의 살 길을 열자. 화해와 일치, 이것은 이 시대 우리가 먼저 실천해야 할 한국교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