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물감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을 사는 크리스천 ⑤ 군종 부사관 최상민 하사

2022-03-10     손동준 기자

생활관 전우 80% 전도하며 ‘부사관’ 전환

경기도 소재 한 포병부대에서 임기제부사관으로 복무 중인 최상민 하사. 올해로 28살인 최 하사는 학창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25살에 늦깎이 입대를 했다. 처음부터 하사로 입대한 것은 아니었다. 보통의 대한민국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현역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원래는 카투사(주한미군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대한민국 육군의 병과 부사관)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어려서부터 교회 안에서만 쭉 자라온 터라 이번에는 ‘무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는 마음으로 가장 빨리 지원이 가능한 군종병과를 선택했다. 

6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의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군 생활이란 본디 어느 병과든 쉬운 것이 없는 법이다. 군종병은 종교행사 준비만 열심히 하면 끝일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군대도 작은 사회인만큼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줄 알아야 했다. 특히나 훈련에는 열외 없이 참여해 제 역할을 다해야 했고, 군종장교가 없는 포병대의 특성상 혼자서 교회 일을 처리하는데에도 제약이 많았다. 사역지인 교회도 하필 부대 바깥에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고자 애썼다. 열심히 기도하고 말씀 읽고, 예배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병사들이나 간부들과 함께 하는 순간, 일 잘하고 관계를 잘 맺는 일에 더 애를 썼다. 고민이 있는 전우가 있으면 내 일처럼 들어줬고, 점차 도움받는 전우가 많아지자 부대 ‘또래상담병’ 임무도 맡게 됐다. 

“크리스천의 대표라는 마음으로 군 생활을 했습니다. 외식하는 행위보다 전우관계를 챙기고 인정을 받고, 부대의 중심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서 성경책만 들여다보고, 기도는 하면서 정작 생활이 잘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반면 ‘교회 다니는 친구가 성격도 좋고 이미지도 좋다’는 말을 들을 정도가 되면 ‘교회 가자’는 말을 했을 때 저절로 좋은 반응이 따라옵니다.”

그래서일까. 최 하사가 이등병이었을 때 생활관에 ‘교회 가는 사람’은 최 하사 혼자뿐이었다. 병장이 됐을 무렵에는 거의 80%의 전우들이 주일이면 그와 함께 예배를 드렸다. 말 그대로 ‘전도 폭발’이 일어난 것. 그가 맡은 교회도 전에 없는 부흥을 맞이했다. 전역 일자가 다가올수록 아쉬움이 커졌고, 급기야 임기제부사관으로 지원해 현재까지 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군종 부사관’이 된 지금, 그는 섬기던 부대에서 계속해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불어닥치면서 계획했던 사역들을 다 풀어내지는 못했다. 함께 교회를 섬기던 보석 같은 동역자 장병들도 전역하면서 하나둘 떠났다. 하지만 최 하사는 의기소침한 기색이 없다. 오히려 부사관 계약이 만료되는 2023년까지 더 많은 놀라운 일들을 하나님께서 계획하고 계시다고 확신한다. 

“코로나 기간은 오히려 에너지를 비축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역단계가 낮아지면서 종교행사가 열릴 때면 비축했던 에너지들이 더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그사이 장병들을 만나고 상담하며 쌓은 신뢰가 선교의 열매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없이 긍정적이고 밝기만 한 최 하사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자신은 사실 ‘유학 실패자’였다는 것. 쫓기듯이 군종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길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최선의 길이 됐다. 그는 지금 장기 복무를 꿈꾸고 있다. 이번에는 병과를 바꿔 육군 항공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군종이 아니어도 크리스천의 대표답게 멋진 군 생활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육군 항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하나님의 물감이 되고 싶은 것이 제 비전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그림의 한 색깔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