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목사님 못 만났잖아”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182)

2021-12-21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친구가 하남 미사지구가 미분양 되었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지금은 10억 넘게 아파트 값이 뛰었구요. 남편하고 아파트 얘기를 하다가 그 말이 나와서 ‘그때 가자고 했더니 오빠가 반대 했잖아~’ 그랬더니요, 우리 남편이 ‘그 때 하남 갔으면 지금 목사님 못 만났잖아’라고 말해서 굉장히 놀랐었어요~”

한이우, 한유희 성도 부부의 대화랍니다.

아마 아내 되는 한유희 성도 친구가 하남 미사지구가 미분양 되었다고 같이 들어가자고 한 모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반대했구요.

굉장히 많이 오른 아파트 가격을 보면서 배 아파도 하고, 아깝다 생각도 할 텐데요. 이 부부는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틈만 나면 교회에 와서 조경부로 봉사하기도 하고, 일을 찾고, 만들어서 하기도 합니다. 이번엔 교회에 있는 화분들을 조경부가 깨끗이 닦아서 정리하고 남은 건 성도들이 가져가도록 했는데요, 이 부부도 앞장서서 그 일을 같이 했구요.

이번 주 2022년 목회계획을 하러 우리 교역자들 13명이 남해에 다녀왔거든요. 김성권 강도사님이 같이 작업하다가, 우리가 김포공항에 가야 하는데 혹 차량운행을 해 주실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답니다.

그런데 뜻밖에 기쁨으로 “저희 부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혹 불편하지 않으시겠어요?” 하고 묻더라나요. 부부가 교회 차량 두 대를 기쁨으로 운행해 주는 덕분에 수월하게 공항을 왕복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 등록한 지 3년쯤 되는 부부인데요. 때로는 우리 교역자들이 미안할 정도로 교회에 애정을 갖고 정성스럽게 교회를 가꾸고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헌신하고 있기도 하고요. 아마~ 제가 ‘어떤 일을 부탁하든지 거절하지 않고 기쁨으로 하는 부부일 걸’ 하는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니까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마음도 몸도 움츠러지게 되는데요. 부부는 뭐든 상관없다는 듯, 우리 교역자들을 교회에 데려다준 후에도 뭔가 할 일을 찾아서 또 움직입니다.

신학을 하고 전도사님이라 불리고, 강도사님이라고 불리고, 목사님이라 불리는 세월들이 지나가고 있는 동안, 어느덧 섬김을 하기보다는 섬김을 받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는 제 모습을 한이우, 한유희 부부가 부끄럽게 하는 연말입니다.

주님을 처음 만나고 잘하겠다고 다짐했던 순간도 제겐 있었는데요. 이제 그 모습보다는 섬김을 받는데 익숙해져 가는 제가 “정신 차려야지” 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