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말 한마디로 ‘살인’이 일어날 수 있다

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27) 인격 살인

2021-08-24     손동준 기자
인터넷의

십계명의 여섯 번째 계명은 간단한 명령처럼 보이지만, 삶에서 적용하기 시작하면 가장 복잡한 문제가 된다. ‘전쟁에서의 살인은 십계명에 어긋나는가’,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여도 죄책을 물을 수 있는가’처럼 성경을 기준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판단이 엇갈리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사회가 고도화함에 따라 발생하는 몇몇 문제들은 더욱더 복잡한 문제를 낳는다. 악성 댓글로 고통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어느 유명 인사의 부고를 대할 때면, 여러 사람이 가담한 이 살인 사건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있는지 곰곰이 들여다보게 된다.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고”

그런데 ‘악플’로 대표되는 ‘인격살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쟁에서의 살인이나 정당방위의 문제와 달리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성경에 명시되어 있다. 예수님과 사도들은 직접적인 행동이 아니더라도 말과 생각으로 저지르는 살인죄도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요한일서 3장 15절은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니 살인하는 자마다 영생이 그 속에 거하지 아니하는 것을 너희가 아는 바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살인이라는 드러난 행동만큼이나 드러나지 않은 마음의 동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창세기 4장 6~7절에서 하나님이 ‘성경 속 최초의 살인범’ 가인을 향해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찌 됨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찌 됨이냐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라고 물으신 것도 이 때문이다. 

마태복음 5장 22절에서도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된다”고 가르친다. ‘라가’는 ‘바보’, ‘얼간이’, ‘멍청이’라고 부르는 것을 말하는데 경멸과 조롱으로 그 사람의 명성을 파괴하는 말이다. 강성성경연구원장 박요일 목사는 “보편적으로 상대방이 보편타당한 건전한 사고를 갖지 못할 때 ‘라가’ 즉 ‘바보’라고 하는데, 이는 그를 지으신 하나님과 그의 가족까지 경멸함이니 ‘살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그런가 하면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태복음 5장 22절)는 구절도 있다. 박 목사는 “분노가 사람 마음에 숨어있는 악이라면, 욕은 분노의 대상에게 퍼붓는 악의 표현이다. 성도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의 제6계명을 지켰다고 자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상 법과 구약의 율법은 이것으로 만족할지 몰라도 예수님의 제자 된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 금지된 분노를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 분노를 욕으로 분출하고 남을 계속 무시하고 경멸하면서 자기 잘난 맛에 산다면, 그는 살인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켜 정죄 받아 지옥에 들어가기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창조주의 선언입니다.”

분노가 숨겨진 악이라면, 욕은 악의 표현
여러 악플 중 하나여도 책임 피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도 기독교인입니까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있다. 책에는 1964년 뉴욕 퀸즈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이 나온다. 제노베스라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밤 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 그런데 문제는 습격자가 35분 동안이나 이 여인을 쫓아다니면서 세 번씩이나 칼로 찔렀으며, 그녀가 습격당하는 것을 본 목격자가 38명이나 되었는데, 아무도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은 다수의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 무관심 때문에, 책임의 분산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 같지만, 인터넷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악플’에서도 이와 유사한 심리 상태가 작용하는 것 같다. 악플 세례를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대할 때 악플러 개개인은 “이는 나와 무관하다”고 “나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월드휴먼브리지 대표 김병삼 목사(만나교회)는 최근 공개된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생명보듬주일 공동예배 설교문에서 “여섯 번째 계명은 ‘생명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예수님을 심판하던 빌라도처럼 손을 씻으며 ‘이 사람의 죄에 대하여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이 계명에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섯 번째 계명이 단순히 ‘살인하지 말라’는 금령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원수를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실천적 법령으로 지켜지기 시작할 때, 생명을 살리는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바로 당신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당신의 무책임과 냉담 때문에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면, 반대로 당신의 관심과 사랑 때문에 누군가가 살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시고 그 생명이 하나님의 손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짜 ‘사랑’을 바탕으로 한 행동인지 하나님 앞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고, 하나님 앞에서 고민한 것에 대하여 우리의 기준으로 너무 쉽게 누군가를 정죄하거나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말 한마디로 인해 ‘인격적 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주의한 행동으로 인해 ‘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