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하고 충실한 삶으로 이끄는 잠언, ‘지혜는 곧 생명’ 일깨워

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 “생명으로 이끄는 지혜”(잠 15:24)

2020-12-22     유선명 교수

잠언은 지혜의 책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반복해서 말합니다. 지혜를 택하라. 지혜를 사랑하라. 지혜를 간직하라. 지혜는 어떤 보물보다 귀하다…그런데 지혜는 지혜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지혜는 무엇이 귀한지를 판단하는 분별력이고, 겉모습에 속지 않고 사물의 핵심과 사람의 속내를 보게 하는 통찰력이며, 인생의 난관이 닥쳤을 때 어려움을 타개하는 추동력입니다. 지혜가 있어야 여호와 경외 즉 참된 믿음을 알게 되고 지혜가 있어야 그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치고 전수할 수 있으며, 지혜를 귀히 여기고 사용하는 공동체라야 하나님이 주신 복을 누리고 형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혜의 효능을 가장 포괄적으로 요약한 단어/그림이 생명입니다. 지혜는 생명으로, 미련은 죽음으로 이끕니다. 지혜는 그것을 가진 자에게 생명나무입니다(잠 3:18). 지혜의 노정은 아래에 옮긴 잠언 15장 24절이 가장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지혜로운 자는 위로 향한 생명 길로 말미암음으로 그 아래에 있는 스올을 떠나게 되느니라”(개역개정) / “슬기로운 사람이 걷는 생명의 길은 위쪽으로 나 있어서, 아래로 난 스올 길을 벗어난다(새번역)” 하나님의 언약과 율법을 전해준 모세가 이스라엘에게 선택과 결단을 촉구할 때 울려 퍼졌던 표현과 동일합니다. “보라 내가 오늘 생명과 복과 사망과 화를 네 앞에 두었나니(신 30:15)… 내가 오늘 하늘과 땅을 불러 너희에게 증거를 삼노라 내가 생명과 사망과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두었은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고(30:19).” 

그대들 앞에 놓인 선택지를 보는가? 삶과 죽음, 참과 거짓, 순종과 거역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모세는 이스라엘의 영적 아버지로서 그들을 향해 사자후를 발했습니다. 잠언서의 아버지는 자기 생명의 열매인 아들을 향해 간곡히 권합니다. 무대와 수사는 다를지라도 그 진심과 정념은 동일합니다. 살아라! 살기 위해서 진리를, 지혜를 택하거라!

우리 삶은 이 외침에 대한 응답의 과정입니다. 잠언서는 지혜를 묘사할 때 스승, 친구, 연인의 그림을 빌려오지만 그 핵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혜의 가르침을 따르라! 바른 선택을 하라! 바른 선택이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삶은 복잡하고 선택지는 많습니다. 우리 내면의 갈등은 인생사의 상수이며, 그 갈등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우리 성품과 정체성을 결정합니다. 좋은 선택은 우리가 다음 갈등에서 좋은 선택을 할 여력을 키워주며, 나쁜 선택은 다음의 선택지를 좁게 만듭니다. 우리가 지닌 선택의 능력이 삶의 실천과 결단에 의해 끊임없이 재조정되는 것입니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합니다. “작은 굴복과 비겁함은 우리를 약하게 만들어 더 많은 굴복을 선택하게 하고 결국은 우리의 자유를 박탈하고 만다.” 우울하게 들리는 진단이지만 그 역 명제도 사실입니다. 작은 일에서 바른 선택을 하면 다음 고비에서 바른 선택을 하기가 조금 더 쉬워집니다.

지난 40회에 걸쳐 살펴보았듯 잠언서는 의인-현인이라는 이상적 인간상을 끈질기게 부각함으로써 지혜로운 결단과 바른 선택이 우리를 더 성숙하고 충실한 삶으로 이끈다는 “지혜의 복음”을 들려줍니다. 지혜의 노정을 걷는 이는 떠오르는 해와 같아서 정오의 휘황한 빛을 향해 전진하는 삶을 삽니다(잠 4:18). 올바른 성품은 추상적 규칙을 익히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잠언서는 우리에게 자신과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배우라고 말씀합니다. 잠언 1~9장의 교훈들이 데이터를 분석할 이론이라면 10~31장의 수많은 관찰들은 그 이론을 사용해 볼 학습자료 즉 데이터입니다. 우리는 지혜와의 동행, 결혼생활로 초대받았습니다. 지혜를 익히고 지혜와 동행하는 삶이 얼마나 복된지요.

백석대 교수·구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