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성도들 향한 마음은 변할 수 없는 것입니다”

■ 연중 기획 - 오해와 이해 : 나는 입니다 (37) 고독한 소명자 ‘담임목사

2020-12-08     이인창 기자

담임목사는 야구에서 투수와 같이 외로운 존재다. 모든 교인들이 주목하고, 늘 잘할 것을 기대한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모든 선수가 잘해야 야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처럼, 신앙 공동체가 똘똘 뭉칠 때 교회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담임목사의 역할은 막중하다. 오히려 중압감은 투수의 그것보다 더 압도적이다. 

교인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철저하게 고독할 수밖에 없는 담임목사. 그것은 소명을 받은 자의 운명일지 모른다. 교인들의 사랑을 가득 받으면서도 쉽게 오해의 대상이 되는 담임목회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담임목사 향한 오해는 숙명?
담임목사가 어느 교인만 편애할 수 있을까. 교인 사정에 따라 기도 한번 더 할 수 있고, 눈길 한번 더 갈 수 있겠지만 특별히 누군가를 편애하는 것은 어렵다고 담임목사들은 말한다.
그런데도 교회에서는 목사님이 누군가를 편애한다는 오해가 종종 생겨난다. 교인 가운데 담임목사를 좋아하고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금방 서운함이나 미움의 대상으로 바꾸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서광교회 이상대 목사는 “목회를 하면서 인사를 받지 않았다든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이상해졌다는 등 여러 이유로 섭섭해 하는 교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물론 대부분 내가 모르는 일”이라며 “매일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는 목사가 어떻게 편애를 할 수 있겠냐”고 이야기했다. 

해결책은 결국 대화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 보면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문제들은 해결되기 마련이다. 담임목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지만,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기꺼이 심방을 가는 사람이 담임목사다. 오해를 풀기 위해 무겁게 화제를 꺼내기보다 조금 가볍게 던지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담임목사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확산되는 경우도 있다. 오해가 오해를 낳아서 커질 때는 당혹스럽다. 낭설이라고 가만 두면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내용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은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수정교회 김태규 목사는 “그래도 함께 신앙생활을 해온 교인을 돌아보고 다독이는 것이 담임목사의 역할이 아니겠냐”며 “억울할 때도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담임목사는 성도를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다.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화평의 때는 언제나 오게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임목사의 ‘설교’, 늘 어렵지만 사명
목회자에게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핵심 사역이다. 특히 담임목사의 설교는 교인들의 신앙 성장과 영적 성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설교 때문에 담임목사들이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대부분 목회자들이 경험해본 사례라고 말했다. 담임목사의 설교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오해가 교인 중에 발생하곤 한다는 것이다. 

경성교회 윤양표 목사는 “담임목사는 무슨 일이든지 성도의 유익을 위해 말씀을 선포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성도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오히려 반감을 가질 때도 있는데, 개인적인 상황에 맞물려 적용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며 “한편의 설교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한 담임목사가 교인을 공격할 목적으로 설교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목회자들이 힘들어하는 설교 주제를 꼽으라면 ‘헌금 설교’다. 성도들의 고른 신앙 성장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헌금 교육이지만, 돈 밝히는 목사라는 비판이라도 나올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는 것. 인터넷 매체가 많아지면서 목회자들의 재정 부정 사건이 더 많이 회자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헌금 설교 중 건축헌금 설교가 담임목사들이 유독 더 어려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교회의 비전을 위해 함께 기도해온 계획이라면, 성도의 신앙성장을 목표하는 담임목사는 헌신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윤양표 목사는 “헌금 설교를 부정적으로 보는 교인들이 있고 비판 여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 건축을 하더라도 가장 큰 부담은 담임목사가 질 수밖에 없다. 법적 책임도 담임목사에게 있다”면서 “결코 헌금은 사적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며 교인들이 하나님께 드린 헌금을 소중하게 써야 한다고 후배 목회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담임목사의 리더십은 모범에서”
담임목사와 교인 간 사이는 친근할수록 좋다. 하지만 가깝게 지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

아성교회 서후현 목사는 “교회 일을 하거나 식사를 하거나 교인들이 편안하게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몸으로 하는 일은 먼저 나서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담임목사가 영성의 권위를 세우고 단에서 권위를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인들 중에는 담임목사의 신앙적 가르침을 단순히 교리적으로만 이해하거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원론 수준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담임목사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는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담임목회자가 교인들의 삶과 환경을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는 성경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양육하고 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태규 목사는 “목회자의 권위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리더십으로 이해한다면 목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담임목사가 말씀과 기도로 가르칠 때 성도들은 더 권위를 인정하게 된다”면서 “무엇보다 담임목사가 신앙과 삶의 모범을 먼저 보이는 것이 권위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