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고마운 성도들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128

2020-10-20     이찬용 목사
부천성만교회

존 스토트(John Stott) 목사님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미지근한 라오디게아 교회를 “오늘날 우리들의 교회와 이보다 더 적절한 교회는 없다”고 하면서 형식적, 피상적, 겉만 번지르르한 종교성, 활력이 없고 무기력함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안타깝지만 별로 할 말이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성가대 가운을 세탁했다고 교회에 세탁 비용을 청구하는 성도들, 성가대 악보를 복사했다고 복사비를 청구하는 성도들, 담임 목회자에게 조금이라도 서운한 게 있으면 차곡차곡 기억하고 메모하는 성도들, 교회에서 어른 노릇은 못하고 그저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성도들, 무엇을 하든지 교회의 비용으로만 하려는 성도들. 몇 명 무리를 지어 자기들의 편이 아니면 교회 내에서도 왕따를 시키는 모습들… 이런 모습들이 우리네 모습일 수 있고, 사회에서 지탄받아도 할 말이 없는 모습 아닐까요?

요한복음 5장에서 베데스다 못가를 통해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림처럼 보여주셨는데요. “예루살렘에 있는 양문 곁에 히브리 말로 베데스다라 하는 못이 있는데 거기 행각 다섯이 있고 그 안에 많은 병자, 맹인, 다리 저는 사람, 혈기 마른 사람들이 누워 물의 움직임을 기다리니 이는 천사가 가끔 못에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움직인 후에 먼저 들어가는 자는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됨이러라. 거기 서른여덟 해 된 병자가 있더라”(요 5:2~5)

주님이 그림처럼 보여준 사회는 (1)환자들의 사회 (2)개인주의 사회 (3)이기주의 사회 (4)약육강식 사회 (5)기회주의 사회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사회에서 신앙생활 하고 있는 거죠~
이런 사회에서 함께 신앙생활 하며 목회자의 마음에 “미안하고 고맙다!”라는 마음이 드는 성도는 어느 교회나 그렇게 많지 않고, 보기 드물기도 하구요.

지난 주 월요일 저녁, 교회에 잠깐 들렀습니다. 교회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지하 주차장에선 요란한 기계음도 나고, 시끄럽더라구요.

브라더스 팀이라고 우리 교회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감당해 주는 26명의 지체들이 있는데요. 그 팀들이 나와서 추수감사절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나무 40만원 어치를 사다가 10월 25일 추수감사절에 사용할 궤짝도 만들고, 나무 모형도 세우고, 그 궤짝을 불로 모양을 내서 더 폼 나게 만든다나요.

8명의 지체들이 서로 일사불란하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각자 자기 일터에서 하루 종일 일하다가 교회에 일이 있다고 해서 저녁에 다 같이 모여 작업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이 브라더스팀은 이런 약아빠진 세대, 베데스다 못가의 모습들을 갖고 살아가는 세대에서 바보들처럼 어수룩하게 자기 것들을 챙기기보다는, 주님 앞에 자신들의 삶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성도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구요.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제 마음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런데 더 미안하게 만든 건 이런 걸 알아줬으면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들 일 하는 것처럼 당연한 듯이 “목사님~ 걱정 말고 그냥 들어가세요, 저희들이 잘 해놓을게요~” 하는 말이었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