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참 모습 나를 통해 나타내야죠”

■ 연중 기획 - 오해와 이해 : 나는□입니다 ㉛교회의 대표선수 ‘크리스천 직장인’

2020-10-20     손동준 기자

‘일터 사역’ 개념 알려지면서 직장 내 역할 고민 늘어
동료들에게 ‘정상적인’ 기독교인의 표본 되고자 노력
크리스천 기업, 특수성 있지만 실은 크게 다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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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일터 사역’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크리스천으로서 일터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 동시에 각종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증가하고 있어서 자신이 크리스천임을 당당히 밝혀왔던 이들이 ‘대표선수’로서 애로사항을 겪고 있진 않을지 궁금해졌다. 산업의 최전선에서 직장인과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당하게 밝히지만 눈치는 NO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서 큐티와 기도로 업무를 시작하는 크리스천. 업무에서도 남들보다 한발 더 뛰면서 모범이 되는 크리스천. 이상적으로 생각할만한 크리스천 직장인의 모습이지만 모두가 이런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올해로 6년차가 된 A그룹의 박 모 대리(33세). 모태신앙으로 자란 박 대리의 SNS 프로필에는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지금의 회사로 이직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함께 근무하는 선임으로부터 “굳이 프로필에 그런 것(성경 구절)을 써놔서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그 말을 한 선임은 “자신도 한 때 교회에 다녔지만, 크리스천이라는 정체성이 업무에 제약이 됐다”고 얘기했다. 

“교회 다니는 애가 왜 저러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죠. 특히 사람들을 대할 때 함부로 하기 어려워질 거라는 말에 속으로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리스천을 떠나서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제 업무가 팀원들 성과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일이어서 신경 쓰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규정과 예의를 지키면 되는 일이지, 신앙의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욕하면? 같이 하죠

청소년 상담사로 근무하는 33살 이 모 씨. 회사 특성상 사내에 크리스천이 많다. 최근 들어 교회를 소재로 한 부정적인 뉴스가 많아지면서 비기독교인인 동료들로부터 “교회는 왜 그러냐”는 핀잔 섞인 말을 듣는 일이 많아졌다. 직급과 연차가 높은 선배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를 변호하기 바쁜 반면 이 씨는 “욕 먹을 만한 건 함께 욕 한다”고 했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교회’의 참 모습은 뉴스에 등장하는 교회들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교회의 사례들이 많아져서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것들로 인해 복음이 부끄러운 적은 없습니다. 적어도 주변 동료들에게 제가 ‘정상적인 기독교인’의 표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모습, 선한사마리아인의 모습이 동료들의 인식 속에 녹아들어간다면 노골적으로 복음을 전하지 않아도 훗날 그 동료가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 저를 떠올리고 예수님을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술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그지만 회식 자리에 일부러 빠지는 일은 없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교회 다니는 동료 가운데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지만, 음주가 부도덕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각자의 신앙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은 음주 여부가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계통 직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기독교 회사에 다니는 김 모 집사(40세). 김 집사의 직장은 신앙 공동체를 지향하는 곳이어서 주일이면 교회가 되어 함께 예배를 드린다. 동료들 대다수가 기독교인인 것은 물론이고  동료들 대부분이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우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은혜로운 직장생활로 이어지지만은 않는다. 

그는 “기독교 회사라고 해도 결국엔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다. 일반 회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싸우기 전에 기도한다는 정도”라고 꼽았다. 회의 전에 함께 기도를 하지만 막상 회의가 시작되면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김 집사는 “그래도 직장에서 드리는 기도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도를 통해 마음을 다잡을 수가 있다”며 “수요일에 드리는 직원예배도 가끔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를 경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직장은 복음의 실력 나타낼 시험대

B기업에서 영업 관련 업무를 하는 조성민 집사(웨이처치, 35세)는 “‘크리스천’이라는 정체성 덕분에 기본적인 근태나 업무 성과도 퀄리티 있게 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의 실력이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분명히 사용될 것”이라며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했다. 

조 집사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이던 기간, 완전 재택근무를 했다. 때문에 회사에서 ‘교회 출석’에 대해 눈치를 받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그의 아내는 주말 행선지를 보고해야 했다. 교회를 다녀왔다는 말을 할때는 은근한 눈치도 보였다고. 

그는 “진짜 교회의 능력은 세상 속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며 “화분에서 소나무가 자랄 수 없고 숲에서 많은 계절을 견뎌내야만 씨앗의 참열매를 보게 되듯 교회의 참 능력은 세상 속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교회도 세상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야만 하는 시험대에 오른 듯하다”며 “더욱 예수님을 쫓아가야 하는 시대 속에 저와 우리교회가 살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거센 바람이 와도 직장에서 영향력 있는 크리스천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