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식중독을 피하자

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 행복한 신앙-30

2020-06-30     송태호 원장

20대 여자 환자가 진료가 끝나갈 시간에 맞춰 열이 난다며 병원을 방문했다. ‘올게 왔구나!’ 나는 언제 어떤 사람이 방문할 지 모르는 병원의 특성상 언제든지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올 수 있기에 ‘ 나도 언제든지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겠구나’ 라고 내심 마음을 정리한 상태였다. 일단 선별진료소에 연락을 해 보았는데 근처 병원을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하니 진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접촉자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환자의 사명감(?) 때문에 일부러 진료시간이 끝날 무렵을 택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단 마스크를 쓴 채로 문진과 진찰을 해 보니 코로나19 감염 보다는 장염이 의심되었다. 설사 또한 코로나 19의 증상이긴 하지만 상기도 감염의 증세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장염으로 진단하고 주사와 약을 처방 한 후 내일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선별 진료소로 가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라고 신신당부했다. 

대낮에는 벌써 30도가 넘는 여름이 되었다. 게다가 장마철이다. 음식이 상하기엔 더 없이 적합한 계절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몇 주 동안 설사와 복통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늘어났다. 마스크와 손씻기로 감기와 알러지 환자들은 줄었지만 장염 환자가 늘어난 것이다. 장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콜레라부터 그냥 설사 한두 번 하고 마는 배탈까지 임상현상이 다양하다. 장에 염증이 생긴 경우를 모두 말하기 때문이다. 장염 때문에 열이 날 수도 있다고 말하면 다들 놀라겠지만 장염 때문에 열이 나는 경우도 제법 있다. 특히 식중독의 경우에는 거의 열이 같이 동반한다고 볼 수 있다.

신선하지 않은 식품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나 유독 물질에 의해 발생한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을 식중독이라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7만여 명의 환자가 생겼을 정도로 흔하며  학교, 학교 외 급식소, 음식점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먹는 시설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최근 발생한 ‘햄버거병’도 이런 식중독의 일종이다. 이런 식중독은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과 식물성 자연독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 음식물 섭취 후 짧게는 수 시간에서 부터 수일 후에 설사와 복통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몇 가지 미생물에 의한 장염을 살펴보자면 포도상구균에 오염된 경우에는 균에서 분비한 내독소가 원인이 되는데, 이 독소는 100도의 끓는 물에서 30분간 가열하여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괜찮아 보이는 음식물을 섭취한 경우에도 심하게 장염증상을 보일 수 있다. 달걀이 주로 원인이 되는 살모넬라균에 의한 장염은 열에는 약하지만 최근 개나 고양이같은 반려동물의 타액이나 피부를 통해서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날 해산물을 먹고 사망한 기사가 매년 나올 정도로 드물지 않은 비브리오균 감염은 날 해산물은 먹은 후 1~2일이 지나 설사가 나타난다. 만약 쌀뜨물 같은 설사를 계속한다면 생명이 위험한 콜레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해야 하며, 간경화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은 여름철에는 아예 생 해산물은 먹지 않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대장균에 의한 장염도 매우 흔한 편이며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경우에는 덜 익힌 고기가 원인이 되고 피가 섞인 설사를 하는 것이 특징적이며, 조금만 지체해도 경련이나 혼수상태가 되기 때문에 고기를 바짝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식물성 자연독은 대개 여름 산행에서 독버섯을 식용으로 잘못 알고 복용한 경우에 생기기도 하고, 복어의 내장을 먹은 경우, 홍합이나 조개류에서 나오는 마비성 조개독을 먹게 될 경우 장염이 생기기도 한다. 집에서 감자를 요리할 때 씨눈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솔라닌이라는 식물성 독소 때문에 복통과 구토, 심하면 의식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정말 조심하는 것이 좋다. 

주일에만 혹은 평일에도 성도와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식당을 운영하는 교회도 많다.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식료품이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불상사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수칙중 제일 중요한 것은 모든 음식물은 익혀서 먹고 물은 끓여 먹는 것이다. 그 밖에 조리한 음식은 실온에 두지 말고, 날음식과 조리한 음식은 서로 섞이지 않게 보관해야 하며, 조리도구의 청결에 항상 신경쓰고 채소나 생선을 조리할 때에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 철저한 행동이 필요하다.

열이 나고 설사를 했던 환자는 다행이 다음 날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며 밝은 표정으로 병원에 나타났고, 나는 마치 내일처럼 기뻐하며 진료를 마쳤다.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