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자는 악을 멀리하고 신중하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

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⑯ -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2020-06-02     유선명 교수

잠언은 우리가 지혜를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혜를 가진 이들 곁에 머무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당대 최고의 투자가로 꼽히는 워렌 버핏이 이끄는 회사의 연례 주주총회에는 수만 명이 몰려들고 온갖 언론사의 취재행렬이 이어집니다. 버핏의 연설이 있는 주총 당일에는 전날 밤부터 수천 명이 줄을 서고, 그와 점심 한 끼를 하는 티켓 경매에 460만 달러, 약 54억 원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그 티켓을 산 사람이 멀뚱멀뚱 밥만 넘길 리가 있겠습니까? 버핏과의 시간은 버핏이 가진 보물, 즉 그의 경험과 조언을 얻어내는 시간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지혜를 얻으려면 지혜의 전문가인 현인과 동행하라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권면입니다. 이 말씀을 실천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실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중에 지혜로운 이들을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우리가 과연 권력이나 재력, 매력을 가진 이들에게 느끼는 만큼 지혜, 그것도 경건하고 영적인 지혜를 가진 이들과 친밀함을 갖고 싶어 하는 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성경에서 만나는 지혜로운 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버핏과는 달리 이 현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동행하는 데는 백만금이 필요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잠언 13~14장에 기록된 지혜자들은 영웅적 모습이 아닌 일상 속의 선택을 통해 우리를 만나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행동에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지혜자는 제 갈 길을 아는 사람이고(14:8), 행동을 삼가는 신중한 사람이며(14:15), 악을 멀리하고(16절), 하나님을 경외하는(14:2) 사람입니다. 그는 행동의 기준이 될 지식을 가졌지만(13:16) 교만한 말로 매를 자처하지 않습니다(14:3). 아무리 보아도 반듯한 모범생이지 재기 넘치는 천재로는 보이지 않는데, 바로 그것이 참다운 현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지혜라는 단어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지만, 참된 현인은 충실하고 우직하게 삶의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내어 자신이 살면서 만난 지혜로운 사람이 누구인가, 그분이 지혜롭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많은 사람들은 선량한 사람, 믿음 좋은 사람, 용감한 사람 등을 쉽게 떠올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을 지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지혜가 그만큼 얻기 힘들어서일까요? 우리가 평소에 지혜를 선망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자들을 향해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우라 말씀하셨을 때 주님께서 요구하신 것은 순결 그리고 지혜라는 두 가지가 아니라 순결한 지혜, 지혜로운 순결이라는 통합된 덕목이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야고보서에 따르면 하늘에서 오는 영적인 지혜는 성결, 화평, 관용, 양순, 긍휼로 스스로를 드러냅니다. 영적인 지혜에는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거짓이 없다는 말씀이(약 3:17)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면, 우리가 그동안 지혜라는 단어와 연결했던 관념들이 너무 세속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성도들이 신령한 지혜의 가치를 모르고 믿음과 분리된 세속적 지혜를 참 지혜로 알고 살아간다면 교회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믿음은 본질상 지혜로운 행동입니다. 손에 쥔 것을 놓고 하나님의 상 주심을, 하나님이 예비하신 더 좋은 것을 바라보았던 믿음의 선진들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이 아니었던가요(히 11:6, 40)!
/ 백석대 교수·구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