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들이 사는 세상

2020-04-22     한현구 기자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영락농인교회를 방문했다. 처음 만난 농인교회는 일반적인 교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피아노도, 스피커도 없는 모습이 낯설었다. 빈 예배당이었지만 고요한 풍경에 엄숙함 마저 느껴졌다. 교회 뒤편에는 시청각장애인들의 촉수화 통역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는 코로나 확산 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때였다. 그런데 영락농인교회는 단 한 주간만 온라인 예배를 드렸을 뿐 곧바로 현장 예배로 돌아왔다고 했다. 청각장애인들에겐 온라인 예배가 불편한가 싶었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성도들이 한 주만 모이지 않아도 교회를 너무나 그리워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들이 마음 놓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농인교회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탓이다. 청각장애인의 가족조차 수화를 할 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 한다. 그들은 대부분의 일상을 의사소통이 단절된 세상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영락농인교회 김용익 목사와 이영경 사모는 청각장애인을 일컬어 ‘소수 민족’이라 표현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간의 사고는 언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청각장애인은 태어날 때부터 일반인과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은 한글로 된 텍스트를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해석만 할 뿐 일반인과 동일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매년 장애인의 날이 다가오면 장애인이 교회에서 느끼는 불편과 차별을 취재한다. 하지만 몇 해가 흘러도 들려오는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1년간 참았던 힘을 짜내 지금이라도 들릴까 소리치지만 그들의 고통은 여전하고 문턱은 그대로 높다. 그들은 여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