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단, 통일운동에 정체성 부족했다”

지난 14일, 제1차 감리회 평화통일 정책 심포지엄

2020-01-21     손동준 기자
제1차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직무대행:윤보환 목사)가 기독교 통일운동의 역사에서 교단이 확고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차 감리회 평화통일 정책 심포지엄이 지난 14일 감리회 본부교회에서 진행됐다. 감리회선교국이 주최하고 평화통일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는 감신대 하희정 교수(교회사)기독교 통일운동과 감리교회가 걸어온 길을 주제로 발제했다.

하 교수는 초기 감리교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이영빈, 박순경, 김준영 등을 소개하면서 한마디로 감리교 측의 통일운동은 칼 바르트 신학의 영감과 공감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소개하고 이영빈과 김순환 부부, 박순경, 김준영 등은 모두 감리교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독학으로 만난 칼 바르트의 신학을 공동자산으로 삼아 통일운동에 참여한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WCC 등과 연결점을 두고 있는 감리교 계열의 통일운동가들은 교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감리회조차 냉담했다. 하 교수는 박순경의 통일신학은 교회도 신학교도 아닌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법정에서 낭독됐고, 기독교 밖에서 시대를 고민한 수많은 지성과 청년들에게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후 개방화가 이뤄지고 감리교는 주로 교회협 회원교회로서 공식입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통일운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참여확대와 달리 통일운동에 대한 관심은 하락곡선을 그렸고,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진보진영의 통일논의도 큰 타격을 입고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하 교수는 감리교가 세계교회의 에큐메니칼 연대 기구에 창립멤버요, 회원교단으로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교회가 지향한 시대정신을 함께 호흡하지 못했다통일운동에 있어 확고한 정체성도 정책도 확보하지 못한 채, 목소리는 진보진영의 교회협에 의탁하고, 몸은 보수진영에 편승하는 자기모순을 곳곳에서 확인하게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1세대 통일운동가들의 역사를 보듬어 안을 것 반공주의 극복-기독교와 사회주의의 대화가능성 연구 평화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시민조직 활성화 및 시민운동 차원의 평화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하 교수 외에도 숭실대 이형규 교수와 전 서부연회 총무 전용호 목사가 각각 분단체제와 종교폭력으로서의 분단신학’, ‘서부연회 사업을 통해 본 통일운동의 의의와 한계를 주제로 발제했다. 선교국 총무 오일영 목사는 감리교회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정하고 전국의 6,700여 교회, 150만 성도가 함께 나라와 민족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