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섭리(4) (1530년)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

2020-01-15     주도홍 교수

섭리와 타락

율법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사람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질서였다. 율법은 하나님을 아는 길이다. 하나님의 섭리는 율법을 통해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었다. 인간의 타락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하나님은 인간을 만드시고, 인간에게 율법을 내리셨는데, 여기에 분명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다. 선하신 하나님의 섭리는 두 가지를 보여주셨는데, 세계의 창조와 타락한 그 세상의 치유이다. 하나님은 주권으로 사람의 창조자로서 타락한 피조물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구원자가 되는 길을 택했다.

하나님의 선하심은 창조와 마찬가지로 피조물의 치유와 회복을 통해서도 찬란하게 빛난다. 하나님의 구원에서도 창조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선함과 정의를 분명히 보여준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의 불의를 대속했기에 하나님에게 대항하는 죄는 찾아볼 수 없다.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 인간에게 바라는 것은 정의와 순결한 삶을 위한 열정이다. 하나님의 구원은 창조와 마찬가지로 영원 전부터 결정되었다. 하나님의 지혜는 인간의 타락을 치유하는 묘약을 미리 가지고 있었다. 하나님의 지혜는 인간의 처음과 마지막을 알았다. 츠빙글리에게 하나님이 하신 일에 대해 논리적 설명은 있어서는 안 되며, 인간은 마땅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놀라운 지혜와 능력을 찬양해야 한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만들기 전 이미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나님에게 우연은 있을 수 없는데, 하나님은 불확실한 그 어떤 것을 검토하지도 않고 결정한 적이 없다(전 3:15). 

츠빙글리에게 하나님의 선택, 곧 예정은 하나님의 선과 지혜의 출발점이다. 하나님의 의가 죄악에 빠진 인간을 구원했는데, 최상의 개념인 하나님의 정의가 선택과 예정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선택은 하나님이 구원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향한 하나님 의지의 자유로운 결정이다.

츠빙글리는 처음에는 빠져들었던 토마스 폰 아퀴나스가 생각하는 예정론과는 거리를 둔다. 인간이 나중에 타락할 줄 안 후에야 하나님은 그로부터 인간을 선택하셨다는 토마스의 입장에 츠빙글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토마스야말로 하나님을 인간의 위치로 깎아내리는 잘못을 범했다고 비판한다. 초월적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 인간의 타락을 알았고, 그 타락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의 예정은 만세 전에 인간의 악과 선에 무관하게, 구원하기를 원하는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자유로운 의지의 결정이다.

츠빙글리는 이중예정론보다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사람들을 향한 예정론을 지지한다. 구원과 심판은 오직 하나님의 자유로운 절대주권이지, 인간의 선행이나 공로와는 무관하다. 성찬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성찬의 떡과 포도주가 하나님의 능력을 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만이 속죄할 수 있다. 오직 성령만이 유일하게 죄로 인해 절망하는 우리의 영혼을 위로하며 새롭게 거듭나게 하는 원천으로 인도한다(히2:10; 12:2). 성찬식 자체가 무언가 역사를 일으킨다면, 첫 성찬에 참석한 배신자 유다에게 마땅히 회개가 일어나야만 했었다고 츠빙글리는 반문한다. 성찬의 떡과 포도주보다는 성령의 감동으로 사람들은 변화한다. 믿음은 성령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