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이념과 정치 아닌 성경적 통일 말해야”

제1회 복음-평화-통일 컨퍼런스, 지난 22~23일 개최 ‘통일로 향하는 교회의 길’ 주제…기조발제 손봉호 교수

2019-11-26     이인창
제1회

“한국교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 주민들이 굶지 않고 아프지 않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해야 합니다. 침묵하는 것은 기독교적 태도라고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경색국면에 접어든 한반도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교회가 이념이 아니라 성경적 가치관에 맞추어 통일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기독교통일학회(회장:안인섭 교수)와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윤덕룡 박사), 온누리교회 통일위원회(위원장:황의서 장로)가 함께 지난 22~23일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통일로 향하는 교회의 길’을 주제로 제1회 복음-평화-통일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이 통일을 추구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는 주린 자를 먹이고 병든 자를 돌보며 소외된 자를 찾으라고 한 성경 말씀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우파에서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굶는 사람과 병든 사람을 고치는 것에 조건을 달면 안 된다. 국제기구를 통해 얼마든지 예방하고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또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과 압력을 삼가고 있고 진보측도 비판을 주저하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면서 “최근 정부가 북한 선원을 살인자라고 해서 재판도 거치지 않고 즉시 북송한 것은 교회가 엄중하게 비판했어야 했다. 교회는 성경적 원칙에 입각해 행동해야지 정치적 고려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손 교수는 재차 “한국교회는 정부 정책방향보다 성경적 원칙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통일을 위해 공헌하는 한국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개선해 ‘도덕적 권위’를 회복하고, 통일시대 북한 교회에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교계문화를 정화해야 한다.

제1회

백석대 전 부총장 주도홍 교수(기독교통일학회 초대회장) 역시 복음이 이념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교회는 어떤 이념이나 체제의 종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원수 사랑의 십자가 복음이 갈라진 이념을 극복하고 대체하게 하고, 이념으로 상처받은 자들을 치유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세상 가치관을 버리고 성경적 가치관에 따라 통일시대를 차분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주 교수는 “북한은 선교의 대상이며 구원받아야 하고 용서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용서하지 않을 때 기독교의 존재는 없다”면서 “한국교회는 화해의 디아코니아를 마땅히 감당하며 북한을 향해 하나님이 주신 화해의 메시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한국교회가 정치를 앞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립대 황의서 명예교수(온누리교회 통일위원장)는 독일 통일에서 본 한국교회 과제에 대해 발제하면서, “독일 통일이 유럽연합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 탄생과 같은 길목의 선상에서 진행되었듯이, 한반도 통일 역시 동아시아의 새로 국제질서 탄생이라는 비전과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교회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기초해 새 국제질서를 모색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통일이 정치개념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뜻임을 분명히 알고, 이를 성도들과 한국 사회에 주지하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교회와 성도들이 북한 주민과 교류를 통해 유리 장벽을 제거하는 데 앞장서야 하며, 갑자기 다가올 수 있는 통일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는 대한적십자사 박경서 회장, 평화한국 대표 허문영 박사, 선양하나 양창석 대표, 월드비전 양호승 대표, 서울대 김병연 교수, 남북나눔 이사장 지형은 목사,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상임대표 조요셉 목사 등 다양한 통일 사역자들이 참석해 통일을 향한 풍성한 논의에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