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이 필요한 현대인

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 ⑪ 행복한 신앙

2019-08-13     송태호 원장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해당 분야에서 명성이 있으며 사회 활동과 믿음 생활에도 남의 본이 될 만한 50대 지인이 어느 날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 왔다.

“송 박사님. 요즘은 일에 집중도 잘 안되고 일을 마주하면 짜증부터 나고, 심지어 교회에 나가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아요. 잠도 잘 오지 않고 잡생각이 자꾸 들고 내가 이러면서 살면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드는걸 보면 시험에 든 것 같은데 혹시 건강상에 문제가 있을까 걱정되어 박사님에게 왔어요.” 

겉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그 였지만, 혹시 숨어 있는 건강상의 문제 때문일지도 모르기에 전체적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해 봤다.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고, 안도와 탄식을 동시에 표현하는 그에게  내심 내가 의심하고 있는 병에 관한 몇 가지 문항의 점수를 측정해 보도록 했다.

결과는 ‘번 아웃 증후군’이 강력하게 의심되었다. 1974년 미국 정신분석의사인 허버트 프뤼덴버그가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이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면서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대개는 강박적인 성격을 가졌고 완벽주의자이며 책임감이 강하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에게 잘 생긴다고 한다. 특징적으로 에너지 고갈 및 소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대한 부정적이고 냉소적 감정의 증가, 직무 효율의 저하가 있을 때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든다. 쉽게 짜증이 나고 노여움이 솟는다. 만성적인 요통이나 두통에 시달리며 수면장애가 있다. 일을 하려면 우울하다는 느낌이 든다. 업’무량이 늘어나지도 않았는데 많게 느껴지고 예전과 달리 열정이 사라졌다. 쉽게 지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가 든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강력하게 번 아웃 증후군을 생각해야 한다. 

번 아웃 증후군은 2019년 WHO에서 질병의 일종인 직업적 증후군으로 분류했으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수면장애나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스웨덴의 연구에서는 이 증후군이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을 감소시키고 인지기능이나 감정이 비정상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의 연구에서는 이 증후군을 겪은 사람이 관상동맥 심장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도 있다.

번 아웃 증후군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일에서 한발짝 물러나 쉬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업무 외 시간 동안에는 일을 잊는 것이 제일 현명하다. 일을 잊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는 것도 좋다. 일과 관련 없는 수다도 과부하 된 뇌를 식히는데 도움이 된다. 마냥 아무 일도 안하고 지내는 것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취미 생활은 가지는 것이 좋다.

음악감상이나 영화감상, 바둑보다는 걷기, 조깅, 마라톤, 수영 등의 육체적 운동이 더 좋다. 하지만 남과 경쟁해야 하는 골프나 테니스 같은 운동은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육체를 움직이면 번 아웃 증후군의 주요 증상인 수면장애를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번 아웃 증후군에 걸린 성도라면 교회 청소와 성경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세속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온전히 땀 흘리며 하나님의 성전을 깨끗이 하고 말씀을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교역자 분들에게는 섬기는 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봉사를 권하고 싶다. 항상 익숙한 곳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하나님의 뜻이 보일 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도 환자에게 과도한 관심을 주지 않아야 빨리 회복할 수 있다.

하나님도 6일 동안 세상을 만드시고 7일 째 안식하셨다. 그 만큼 휴식은 중요하다. 몸과 마음이 연약한 우리들에게 안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쉼 없이 현재까지 달려 오다 번 아웃 증후군으로 길을 잃었다면 하나님께 앞으로 나아갈 길을 구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자.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