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참여’ 논하기 전, 교회의 하나됨 이뤄야”

언론회, ‘시국선언 논란에 대한 토론회’ 개최

2019-07-03     정하라 기자

한국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의 ‘시국선언문’을 시발점으로 정치권을 향한 한국교회의 목소리와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한국교회의 정치참여 논란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자 한국교회언론회(대표:유만석 목사)는 ‘시국선언 논란에 대한 토론회’를 지난 2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인사말을 전한 유만석 목사는 “한국교회는 정치에 대해, 종교지도자가 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이 부분에 한국교회에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제발제를 맡은 임성택 박사(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는 성경을 토대로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분석하고 그에 합당한 교회와 지도자의 역할을 제시했다. 임 박사는 “성경이 말하는 정치와 종교의 문제는 무 자르듯 명백히 분리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호책임과 의무로 연결된 유기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임 박사는 ‘정교분리의 원칙’의 현실적 개념을 제공한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1조를 기초로 정교분리의 의미를 분석했다.

특히 “정교분의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말한 그는 “‘종교에 대한 국가의 불간섭’이라는 취지에서 출발한 ‘정교분리’의 개념이 시간이 지나면서 ‘국가에 대한 종교의 불간섭’으로 거꾸로 이해가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즉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교분리’의 개념은 교회의 정치 간섭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시도, 즉 ‘국가에 대한 종교의 불간섭’이라는 왜곡된 주장으로 나타났다는 것.

성경에서는 세상의 권세자를 대하는 선지자들의 역할이 나온다. 임 박사는 “만일 권세가 하나님의 선을 이룬다면 모든 백성은 마땅히 그를 다르고 존경해야 한다. 그러나 그 권력이 하나님의 선을 이루는 일을 외면하거나 방해할 경우 당연히 국민들은 이에 대해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정당한 저항을 보호하고, 그 권력의 부정한 사용을 감시하고 질책할 책무가 교회에 있다는 것.

임 박사는 “사회와 정치권은 교회의 정당한 정치참여를 불순하게 매도하지 말고, 교회의 비판과 질책 앞에 겸허히 서야 할 것”이라며 “교회와 지도자들은 어느 정파와 주장에도 상관없이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선지자적 사명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은 교회가 정치 참여를 논하기 전에 먼저 하나 됨을 이루고 본이 되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교회가 직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기독 정치인들을 신앙으로 교육하는 일을 우선할 것을 요청했다.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는 “다종교사회인 한국에서는 정교분리가 당연하다. 종교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야 하며, 교회는 국가 공동체를 위한 사명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하나님의 뜻을 사회 각 분야에서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목사도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독당의 출현에 대한 물음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그는 “교회가 정치에 들어가면 정치에 예속되며, 정치의 하수인이 되어 교회의 사명이 끝난다. 세상 곳곳에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하며 기독당을 만들려 해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박 목사는 “교회가 정당을 만들기보다는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들을 교회로 불러 하나님의 뜻을 가르쳐야 할 것”이라며, “예수 믿는 이들이 제대로 하나님을 믿고 기독교 신앙을 따라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명예회장) 역시 “예수님은 교회가 세상의 빛임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셨다”며, “‘우리가  착한 행실을 많이 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목사는 “정치참여를 논하기 전 교회는 교단과 신학의 다름을 다 끌어안고 화해와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오늘의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소금과 빛, 착한 행실을 나타내고 하나 됨을 위해 애 쓸 때 정치와 북한도 모두 바르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