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교회 밖’ 청소년 살릴 길…“오직 그리스도 생명의 복음”

‘다음세대를 위한 영적생명운동’ 주제로 제23회 개혁주의생명신학 학술대회

2019-05-17     김수연 기자

한국교회 내 청소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 저출산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병든 사회에서 신음하는 이들은 교회에서마저 제대로 된 쉼과 위로를 얻지 못해 방황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주의 종을 꿈꾸는 예비 목회자들에게 ‘신학은 학문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복음’이라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의 기치가 방안으로 제시됐다. 백석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과 백석정신아카데미 개혁주의생명신학실천원이 개최한 제23회 개혁주의생명신학 학술대회에서다.

14일 방배동 백석비전센터에서 ‘개혁주의생명신학과 다음세대를 위한 영적생명운동’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선 동신대원을 졸업한 후 이론과 지식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교회 밖’으로 뛰어든 사역자들이 나서 후배들에게 다음세대 선교의 노하우와 희망을 전했다. 전도의 실패는 전도하지 않는 것뿐이란 말이 있듯이, 편견을 깨고 청소년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 있는 그들로부터 개혁주의생명신학에 근거한 십자가 복음의 의미를 살펴본다.

위기청소년들 품은 ‘긍휼’ 
우리가 다음세대를 섬겨야 할 곳은 이제 교회 밖 ‘세상’이다. 성령 충만한 주일학교나 집회뿐만이 아니라 쓸쓸함이 감도는 유흥가, 은밀한 죄가 자행되는 뒷골목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역 장소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양떼커뮤니티 대표 이요셉 목사는 사역의 공간을 교회로 한정지을 때 목회자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굉장히 제한된다며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래서인지 양떼란 이름이 사실은 ‘양아치 떼’의 줄임말이라는 반전도 별로 놀랍지 않다.

그가 주로 만나는 이들은 소위 ‘문제아’로 찍힌 청소년들이다. 가출은 예삿일이고 조직폭력배처럼 온몸을 문신으로 뒤덮은 아이부터 성매매나 동성애에 빠져 힘들어하거나 지속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이들을 다른 말로 “어른들의 관심이 그리운 아이들”이라고 표현하며 “항상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녀석들이지만 대화 몇 마디 나눠보면 결국 사랑받고 싶어 하는 여느 보통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런 위기 청소년들을 이 목사는 물심양면으로 살뜰히 챙긴다. 양떼커뮤니티를 비롯해 △양떼 홈 △복음을 전하는 교회 △거리학교 등을 운영해 의식주를 제공하고 교육받을 환경과 신앙생활의 터전을 마련해준다. 그는 “소년범들은 또래집단을 대안으로 삼고 ‘죄를 함께 짓는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며 “교회는 이들에게 정죄와 비난 대신 따뜻한 대안공동체가 돼줘야 한다. 소년원 등 사회 교정시설만으로는 아이들이 결코 변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이 목사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첫 만남부터 “교회 나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밥을 사주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고 고민도 상담해준다. 물론 그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끝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친구도 있다. 그럴수록 이 목사는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더욱 ‘이해’하려고 애쓴다. 아이들이 성장해온 배경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공감하고 긍휼함을 갖는 것이다.

그는 “사역자들은 ‘내가 다음세대를 만나는 이유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술과 담배를 끊게 하기 위함인가’를 자문해봐야 한다. 문제의 청소년들을 범법자라는 시각으로만 대하면 ‘너는 죄인’이라는 선포가 전부”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하면 언젠가는 주의 품으로 돌아온다. 교회 밖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사랑으로 품는 것, 그것이 다음세대를 살리는 영적생명운동의 길”이라고 말했다.

학교 안 ‘예배’의 회복
한편 두 번째 발표를 맡은 학원복음화선교사 최새롬 목사는 예배가 없는 곳에 예배를 세우는 것이 사명이라며 특히 청소년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안 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중·고등학교 23곳에서 약 1,000명의 예배를 인도하고 있는 그는 “처음 1년은 학교와 교사, 청소년과 학부모가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기간”이라며 “이때 학교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부흥 욕심에 단체의 스타일만 고집하거나 홍보에 치중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타종교와 이단들이 한해 수십만 명의 청소년들에게 인성교육과 장학금 지급 등으로 전도에 열을 올리는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최 목사는 “타종교와 이단들은 이미 교육청과 MOU를 체결하거나 위탁받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세대 선교가 힘들다지만 사실 마음만 있다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함께 예배할 수 있는 바로 학교”라며 “학원복음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원선교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 작금의 한국교회 현실이다. 최 목사는 그 원인으로 관심과 지원 부족을 꼽았다. 교회 밖에서 이뤄지는 사역이다 보니 ‘우리 교회가 왜 사역자를 파송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기 쉽고 인력과 재정도 여유롭지 못한 것. 이에 최 목사는 신학대학원과 교단·교회에 학원복음화 사역자를 맘껏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이어가도록 경제적 도움을 줘야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최 목사는 학원복음화의 핵심은 오직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예배운동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학교는 공공기관으로써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불신자부터 안티기독교인, 이단 등 다양한 학생들이 있는 만큼 어쩌면 복음을 전하는 게 불가능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목사님 우리 학교에서 계속 모임을 진행해 주세요!’라면서 찬양과 기도를 통해 아이들이 거듭나는 기적 같은 간증이 이어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다만 “학원복음화는 기도를 통한 성령의 역사하심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더욱이 “예배로 일어나는 다음세대를 그 누구도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다. 교단과 교회, 학교와 교사, 학부모가 손 잡고 연합할 때 비로소 메마른 청소년들의 가슴과 심령 가운데 생명의 복음이 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