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은사 입장료 폐지 됐지만… 불교 ‘특혜’ 논란

정부와 지자체, 입장료 폐지 협약체결...불법이었는데도 '후속지원' 지나쳐

2019-05-08     이인창 기자

지난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제도가 폐지됐지만 지금까지 지리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등산객 등에게 이른바 문화재관람료 명목의 비용을 받아 논란이 됐던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가 30년 만에 완전 폐지됐다.  

그러나 입장료 폐지로 천은사는 정부 기관을 비롯해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후속지원을 받게 됐다. 이 비용만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결국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11시 전남 구례군에 위치한 천은사는 환경부와 문화재청, 전라남도, 천은사, 화엄사, 구례군, 국립공원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등 8개 기관이 공동으로 지리산 ‘천은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폐지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환경부는 천은사 주변 탐방로를 정비하고, 전남도는 천은사 운영기반 조성을 지원한다. 또한 천은사 구간의 지방도로부지도 매입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수과 관광자원화를 지원하고, 국립공원공단은 천은사가 입장료를 받는 자체 시설인 매표소 철거를 해주기로 했다. 

입장료 폐지 합의에 따라 탐방객 등 일반 시민들의 통행권은 보장받을 수 있게 됐지만 불법 판결을 받고도 입장료 징수를 강행했던 사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과도한 예산과 행정지원을 한 것은 아닌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전국의 적지 않은 사찰들은 국립공원 입구 등에 매표소를 만들어 1인당 적게는 천원에서 많게는 5천원까지 문화재관람료 명목으로 일종의 ‘통행세’를 걷어왔다. 특히 천은사의 경우 대법원의 판결과 지방자치단체 반대에도 그동안 입장료 징수를 강행해 논란을 일으켜왔다. 

2015년 대법원은 도로가 사찰경내를 통과한다는 이유로 등산객을 사찰관람자로 취급해 관람료를 징수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한 바 있으며, 앞서 2013년 광주고등법원도 천은사가 문화재 관람료를 납부하지 아니하면 도로 자체의 통행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은 통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협약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천은사가 버틴 결과로 얻어낸 이익이 더 커 보인다. 

협약체결의 취지는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와 지리산 권역관광 활성화를 목표한다고 했지만, 협약 주체만 하더라도 정부 부처부터 지자체, 공사, 공단까지 광범위하다. 내용을 보면 마치 사찰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화엄사(천은사)가 감당해야 할 협력사항은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폐지, 지방도 861호선(천은사 구간) 부지 매각 두 가지 뿐이다. 더구나 도로 부지는 전라남도가 매입해 준다. 매입가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지도 않았다.  

반면 협약에 따라 환경부는 천은사 주변 국립공원 탐방 정비하고, 전라남도는 도로부지 매입해 주며,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수 및 관광자원화 지원한다. 구례군 역시 천은사 활성화를 위한 문화행사 지원하고, 국립공원공단은 천은사 주변 탐방로 개선지원과 매표소 철거, 한국농어촌공사는 천은사 주변 토지사용 허가 등에 나선다. 

전라남도와 문화재청, 구례군, 국립공원공단, 한국농어천공사는 천은사 운영기반조성사업 인허가에 협력한다는 조항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향후 천은사가 운영기반 사업에 대한 포괄적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협약에 참여한 관계기관은 지속적인 소통과 상호 간 이해를 바탕으로 입장료 폐지라는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탐방객 불편을 없애면서도 지역사회가 공생할 수 있는 상생의 본보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동안 천은사는 입장료 징수에 대해 “단순한 통행세로 입장료를 볼 것이 아니라 사찰측이 소유한 토지에 위치한 공원문화유산지구의 자연환경과 문화재의 체계적인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관람객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천은사 관람객에게만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했던 것이 아니다. 단순히 지리산 노고단을 가거나 인근 남원으로 가기 위해 천은사 앞 도로를 지나기만 해도 통행세처럼 입장료를 내야했던 국민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었다. 

더구나 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해 이미 국고 차원에서 지원되는 정부예산 또한 존재해왔다. 

종교투명성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문화재청이 전통사찰 유지보수 비용으로 집행한 예산은 470억원에 달한다. 천은사가 주장하는 입장료 징수 취지와 정부 지원금이 중복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재 관람료가 유지보수 비용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일부 종단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종교투명성센터는 경찰사법 행정권을 발동해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근절해야 된다고까지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