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쏙 빼는 콘티 준비하나요

! 생각해봅시다-올바른 찬양의 마음

2019-01-28     손동준 기자

찬양은 그 자체로 예배이고 신앙고백이다

“첫 곡은 청중들이 아직 ‘예열’이 안 돼 있을 테니 조용한 곡으로 하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곡은 같은 코드로 빠르게 ‘달리고’, 다섯 번째 곡 후렴을 몇 번 돌리다가(?) ‘키업’해서 마지막엔 비장한 곡으로 눈물을 쏙 빼 놓는다.”

열일곱 살이던 내가 찬양인도를 처음 하던 당시 짜 놓았던 ‘플랜’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도 안 나온다. 누군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어리석은 ‘플랜’은 짜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다. 아무나 찬양인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지금의 내 생각이다. 

‘준비찬양’이라는 용어를 쓰는 교회도 있지만 교회 역사상 찬양이 예배의 부수적인 요소로 전락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찬양의 목적이 무엇이며 찬양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찬양을 일컬어 “곡조가 있는 기도”라고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예배를 준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하나님께 드려지는 신앙의 고백이고 예배의 한 부분인 것이다. 

그런데 간혹 취재 현장에 다니다 보면 내가 열일곱 살 때 짰던 수준의 찬양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순서와 순서 사이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찬양’을 부르는가 하면, 설교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찬양이 전락한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찬양 사역자인 A전도사님은 교회 인터뷰에 갔다가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전도사님이 찬양하면 금방 뜨거워집니까?”하고 담임목사님이 묻더라는 것이다. 좋은 말로 “당신이 찬양하면 성도들이 은혜를 받느냐”는 것이다. 찬양인도 자체가 말씀 전에 성도들을 뜨겁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한 질문이다. 

이런 인식의 문제는 찬양인도자들에게서도 쉽게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찬양집회에서 보고 감명 받은 콘티나 유튜브에서 본 진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교회마다 상황이 다른데 ‘감동 받았다’고 혹은 ‘멋있다고’ 따라 하는 것은 예배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팀 켈러 목사는 “교회마다 신학과 목회자의 철학, 교회 구성원의 문화적 특성이 다른 만큼 교회 상황에 맞는 예배음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찬양사역자이자 예배웹진 ‘올포워십’ 대표 채윤성 목사는 “찬양 인도자들이 일주일에 너무 많은 예배를 준비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채 목사는 “전문사역자들도 힘든 일을 일반 성도들은 직장생활도 하면서 준비해야 하니까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확보가 어렵고, 예배 준비에 시간을 쏟기가 어렵다”며 “예배를 예배답게 만드는 것은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