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사학의 자율성 명시해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개헌·기독교학교·교육감' 토론회

2018-05-11     김수연 기자

정권이 바뀌고 한국의 교육이 또 한 번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31년 만에 찾아온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의 기회는 최근 야당의 정치파업으로 한 발 멀어졌지만, 이를 계기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기독교교육계 역시 개헌정국에서 기독학교의 발전 방향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와 한국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가 10일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개헌·교육감 선거·기독교학교'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관심을 모았다.

장신대 박상진 교수가 사회를 맡은 토론회에서는 서울교대 허종렬 교수가 기조발제를 했다. 패널로는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김성천 소장, 좋은교사운동 김영식 공동대표, 숭덕여자중고등학교 홍배식 학원장, 별무리학교 박현수 교장 등이 나섰다.

그동안 국회와 정부, 학계에서는 개헌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으나 교육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돼있었다. 그러다 올해 1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자문위원회에서 제안한 개헌안을 시작으로 한국교총, 전교조, 한국헌법학회 등 관련 단체 및 기관들이 불과 3~4개월 만에 개정안들을 쏟아냈다.

이에 허종렬 교수는 헌법상 교육 관련 조항들, 즉 '교육헌법'의 최근 개정논의 흐름을 소개하고 각계 개정안들의 접점과 쟁점을 살폈다. 각계에서 내놓은 교육헌법에 대한 개정안들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며 국가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지방교육자치의 헌법적 근거를 확보하도록 한다 ▲31조2항상의 의무교육 범위에서 초등교육을 명시한 것을 삭제한다 ▲대학 자치는 헌법 제22조로 옮겨서 대학 자치의 전면 보장 방식으로 새롭게 규정한다 등에서 합의점을 도출하고 있다.

반면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 보장의 조건으로 '능력'과 '적성'의 전제 여하 ▲기본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할 것인지 국민으로 할 것인지 여부 ▲교육의 공공성과 다원성 보장 여하 ▲국가의 교육진흥 의무 대상의 확대 여하 등에서는 이견을 보인다.

그렇다면 개헌에 있어 기독교학교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이날 토론회에서는 '헌법에 사학의 자율성 명시 여부'가 뜨거운 감자였다.

허종렬 교수는 헌법 31조에 '국가는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춰 그 다양성을 보장하고 공공성을 확보해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안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사학이 우리나라 교육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면서 "사학의 자유를 국민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하는 헌재 판례에도 불구하고 사학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명문화가 어렵다는 의견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을 비롯한 몇몇 유럽 국가들은 사학을 포함한 모든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위해 사학 설립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한 점을 참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수 교장 역시 "헌법 31조에 모든 국민은 사학을 설립할 자유를 가진다고 하는 사학 설립의 근거를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의 선택권과 선택에 따른 책임을 함께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육과정, 재정, 교사선블 등 인가의 문턱이 높아 대부분 대안학교들이 사립형태의 미인가 상태인 가운데 박현수 교장은 "대안교육을 공교육의 보완으로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며 "대안학교들도 미래 시민을 길러내는 공적인 사회봉사 기능을 하기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합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배식 교장은 사립학교의 규정이 너무 엄격하고 교사 선발조차도 어려워 기독학교의 건학이념을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운 실정임을 지적하면서 "사학의 다양성과 자주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로 가는 근간"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사학의 자율성 보장에 공감하면서도 "시민사회에서 사립학교 존재가치가 지지받는 것으로 사학을 위한 법적 조항의 근거들이 마련될 수 있다"며 "입시경쟁·학교폭력·왕따 문제에 대한 대안을 기독교학교가 제시하고 좋은 교육 모델을 만들어 가면 오히려 시민사회가 사학의 자주성을 보장해주자고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성찬 박사 역시 "기독사학부터가 학교의 학생선택권을 우수학생을 먼저 모집하고, 입시위주교육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면서 "기독사학들이 가진 민주성 공공성 투명성 윤리성이 일반 사학보다 높다는 모델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사학의 자율성을 지키면서 발전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6.13 지방선거에서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기독교학교의 쟁점도 논의됐다. 여기에는 자사고 존폐와 학생인권조례 축소 여부, 교장 임용방식, 대안학교 지원 여부 등의 사안이 거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