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고의 보물 성경은?(1522년)

주도홍의 팩트 종교개혁사㉔

2018-03-20     주도홍 교수

종교개혁자 루터는 1522년 ‘9월 성경’의 서문에 하나의 물음을 던졌다. 신약에서 가장 고귀한 책은 무엇일까요? 신구약 66권이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어떻게 이런 식의 물음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모든 성경이 소중하기에 경중을 따질 수 없이 동일한 권위를 갖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말이다. 어쨌든 루터는 이런 질문을 던졌고, 이에 그 나름의 답을 제시했다. 후대는 이러한 루터의 물음을 주목하며, 루터의 성경관을 이해하였으며, 그에게서 성경의 역사비평이 시작되었다고 말하였다.

물론 루터의 물음은 중세교회의 성경관과 상관성이 있다. 각 성경이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루터에게 주목할 점은, 성경 중에서 특정한 성경이 가장 최고로 보물 같은 책이라고 규정한 점이다. 과연 루터가 말하고자 하는 그 최고의 성경은 어떤 책이며,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루터는 신약 중에서 성도들이 우선적으로 읽고 깨달아야 할 소중한 성경은 요한복음, 바울 서신 특히 로마서, 베드로전서 그리고 마가복음이라고 말했다. 이 성경들이야말로 일용한 양식처럼 사랑해야 할 성경 중의 성경으로, 곧 성경의 핵이라고 일컫는다. 그 성경들은 인간의 공로와 그리스도의 많은 이적들을 서술하지 않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제시한다. 그것은 ‘옳은 형태의 복음’(die rechte Art des Evangelii)으로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이 죄, 죽음 그리고 지옥을 물리치며 생명, 의와 행복을 가져다줌을 가르친다.

루터에게 인간의 공로는 구원을 받는 데 있어 아무 것도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생명을 주는데, 여기서 루터가 가져오는 말씀은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요6:63)과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내 말을 지키면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아니하리라”(요8:51)이다. 루터는 인간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것은 행위공로가 아니라, 믿음의 말씀임을 분명히 한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이적에 강조를 두지 않고 예수님의 말씀(설교)을 중점적으로 기록하는데, 이는 다른 세 복음서와는 차별화된다. “요한복음은 매력적이고 옳은 복음서로 다른 세 복음서에 비해 훨씬 수준 높은 복음서이며 더 높이 들려져야 한다. 바울 서신과 베드로 서신도 다른 세 복음서 마태, 마가 그리고 누가복음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그렇지만 “야고보서는 그러한 성경에 반해 틀림없이 지푸라기 서신이다. 야고보서는 그 자체 안에 복음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루터는 야고보서에 대해 재차 서문을 썼는데, 조금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제시한다. “초대교회가 야고보서를 정죄하였지만, 나는 찬양하며 좋게 받아들인다. 그저 단순한 인간의 가르침이 아니며 하나님의 법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루터에게 야고보서는 사도가 쓴 성경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오직 믿음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설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야고보서는 “그리스도를 가르치는 것이 없기에 사도적이지 않다.” 루터는 야고보서의 저자를 사도의 한 제자로서 경건한 사람으로 추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