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개헌안 신앙적 가치 담길지 지켜볼 것”

지난 15일 국회 개헌특위 재가동…기독교계도 개헌안 관심

2018-01-17     이인창 기자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이 30년이 지난 올해 다시 개헌될지 여부에 온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연말 활동시한이 만료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지난 15일 재가동 되면서 정치권 개헌 추진이 본격화될 것이 예고된 가운데, 기독교에서도 개헌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 결실로 대통령 직선제를 담아낸 현행 헌법은 지난 30년간 대내외적 환경변화와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해 집중된 권한을 견제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정치권은 지난해 국회 개헉특위와 8월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하기 시작해 연말 활동시한이 만료됐으며, 지난 15일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가 출범해 재가동되면서 관심은 올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가 추진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 개정안 내용에 포함될 여부이다. 개헌특위는 ‘헌법 전문 및 총강 개정’, ‘자유와 평등 등 현행 기본권 조항의 개선’, ‘사회변화 반영한 기본권 신설’, ‘지방분권 강화’, ‘재정·경제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제도 개편’, ‘제왕적 대통령제 권한 분산’ 등을 비롯해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제도개선과 선거제도 개선 등을 방향으로 두고 세부 제도를 검토하고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해 왔다.

일단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 동아일보가 연초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2.3%나 됐으며, 필요하지 않다는 13.2%에 그쳤다. 여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올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가 진행돼야 할지 여부는 의견이 많이 갈리고 있다.

개신교계는 정치제도 변화, 인권개선 등 개헌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자칫 신앙적 가치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내용이 개헌안에 포함되진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계단체 ‘샬롬을 꿈꾸는 나비 행동’(상임대표:김영한 박사)은 지난 14일 논평을 발표했다. 특히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헌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샬롬나비는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는 헌법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를 빼고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꿨다. 민주적 기본질서가 더 넓은 의미라고 했지만,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대폭 약화시켰다”며 “개정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는 자유 대한민국의 정신으로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샬롬나비는 “자문위 개헌안에는 기본권 제한사유 중 ‘국가안전보장’이 삭제되고, 비정규적 폐지와 정리해고 금지 등의 내용은 사유주의 경제로서 도입돼서는 안 된다”며 이념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헌 논의가 지나치게 큰 폭으로 추진돼 블랙홀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는 “권력구조 개편은 정치권에서 합의 추진해야 한다면 신앙적 관점에서는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는 인류애적 헌법이 됐으면 한다”면서 “예를 들어 우리 국민의 인권 외에도 외국인들의 권리 보장에 대한 내용이 부족한 부분이 보완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미래목회포럼 사무총장 박종언 목사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헌 논의의 폭이 국체 전반을 손대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4년 중임이나 5년 단임 등 제도적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크지만, 모든 권력기관을 사정하고 해체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박종언 목사는 “일부에서는 개정 헌법에 성 평등 조항을 넣어 양성평등을 약화하려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양성평등은 수백년간 기독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이며, 한국교회가 선교 초기부터 핍박을 받아가며 이룬 결과이다. 교묘한 논리로 성 평등으로 변경되면 안 된다”고 전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유중현 목사는 “개헌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기독교적 가치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겠다”면서 “올바른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기도회 개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개헌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개헌안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정부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시사한 바 있으며, 정세균 국회의장도 빠른 시일 개헌안이 마련돼 6월 지방선거와 국민투표가 동시에 실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개헌특위 재가동에는 합의했지만, 문 대통령이 정부 주도 개헌추진 뜻을 비친데 강력반발하며 지난 15일부터 원외투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