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피해 막막… 교인들이 더 걱정됩니다”

포항성지교회, 지난 15일 지진으로 건물 균열 심각

2017-11-22     이인창 기자

“지진이 나고 교회로 달려왔을 때 처음에는 눈물도 안 나요. 복구할 엄두는 물론이고요. 이제 겨우 교회가 안정되기 시작했는데, 은행이자를 막기도 힘겨운데… 시간이 가면 하나님이 모두 하실 것이라고 믿지만 지금은 마음이 많이 힘겹습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성지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경희 목사는 지난 15일 진도 5.4 규모로 발생한 지진 때문에 교회 건물이 피해를 입어 망연자실이다. 교회는 진앙지로 알려진 곳에서 4~5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피해는 예상보다 컸다. 

건물 외벽에 붙여놓은 드라이비트가 뜯기고, 교회 천정 시설물이 떨어졌다. 충격을 받은 화장실 타일은 크게 균열이 생겨 천장부터 바닥까지 쩍쩍 갈라져 있다. 교회 밖 담장이 무너져 내려 보일러를 돌려야 할 수도시설이 파손돼 극히 제한적으로 물을 사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교회 2층 방송실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계단이 조금씩 주저앉은 것이다. 당장 복구하지 않으면 언제 추가 붕괴로 이어질 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60여회 가까이 여진이 계속되면서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는 걱정에 매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 

교회 건물을 여기저기 할퀴고 간 지진의 흔적을 지우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여 목회자와 30여명 교인들이 감당하기에는 짐이 너무 무겁다. 이 목사의 말대로 엄두가 안 나는 실정이다.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도 몰라 여기저기 뛰어다녀도 누구 하나 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관공서에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 인력을 요청했지만, 뚜렷한 지원약속을 해주지 못한다. 교인들 가정도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여 목회자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무게이다. 

이경희 목사는 7년 전 남편 故 조광식 목사가 별세하면서 뒤늦게 신학을 공부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회를 지켰다. 생전 조 목사가 사역하면서 현재 사용하는 예배당을 건축했지만, 갑자기 천국으로 떠나면서 건축비는 부채로 남았다. 이 목사는 갖은 어려움 끝에 30여명 성도들과 교회를 지켜냈지만, 이번 지진으로 받은 타격은 너무나 충격적이기만 하다. 

“부채를 갚아나가면서 어려운 고비가 수없이 많았습니다. 이제 경우 유지 정도는 할 수 있게 됐지만 지진 때문에 막막하기만 합니다. 우리 교인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목사로서 그저 미안한 마음 뿐이예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예배당 안은 큰 피해가 없어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경희 목사는 절제된 목소리로 이야기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목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교회가 속한 경북노회(노회장:김창기 목사)였다. 노회는 피해 다음날 성지교회를 찾아가 피해상황을 돌아봤다. 지난 20일에는 또다시 노회 임원들이 방문해 교회와 교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해주었다.

노회장 김창기 목사는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이고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라는 말씀을 기억해야 할 때”라며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 달라”고 당부하면서, 노회 사회부에서 정한 위로금을 전했다. 또 노회 나눔봉사단은 지진으로 파손된 물탱크를 제거하고 상수도관을 수리해 보일러와 수도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조치를 해주었다. 

문제는 건물 복구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데 지역의 작은 경북노회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경북노회는 긴급하게 총회 사회복지부에 피해상황을 알리고 총회 차원의 지원방안을 요청했다. 총회 사회복지부가 즉각 교단 차원의 포항지역 지진피해교회와 목회자 돕기 모금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하고, 교단 산하 전국교회에 동참을 호소했다. 

총회 사회복지부장 오선식 목사는 “지진으로 인해 많은 교회 건물들이 금가고 종탑이 무너진 것으로 알고 있다. 지진피해를 당해 고통 중에 있는 포항성지교회를 비롯한 피해 교회들을 돕는 일에 많은 교회와 동역자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