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의 세계를 뛰어넘는 것이 ‘오직 믿음’”

NCCK 신학위원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신학심포지엄 개최

2017-09-14     정하라 기자

NCCK 신학위원회(위원장:이정배 목사) 주최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신학심포지엄과 출판기념회가 지난 17일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렸다.

‘종교개혁을 이끈 세 개의 Sola교리에 대한 비판적 재조명’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종교개혁의 5대 솔라 중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경’의 3가지 솔라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한편 오늘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과제를 살폈다.

인사말을 전한 NCCK 신학위원장 이정배 목사는 “최근 종교개혁의 신학원리, 즉 세 개의 ‘오직’교리가 중세 가톨리교회의 면죄부보다 더 타락했다는 말들이 회자된다”며, “‘오직 믿음’은 행위없는 신앙을 정당화시켰고, ‘오직 은총’은 모든 것을 가능타하여 자본주의적 욕망에 면죄부를 주었다. ‘오직 성서’는 이웃을 배타하는 근본주의 원리로 치환된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심포지움을 통해 루터신학 자체의 한계도 파헤치고, 오남용 된 실상도 속속들이 드러내길 원한다. NCCK 신학위원회는 ‘오직교리’의 오남용이 일상화된 기존 성직자(제사장) 중심의 기독교 체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직 믿음으로’의 의미를 바울의 서신서를 중심으로 살핀 김희헌 박사(향린교회, 조직신학)는 “바울에게 ‘믿음’이란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헌신과 참여를 의미한다. ‘믿음을 통해서, 은총에 의해서 의롭게 된다’는 것이 바울의 주장의 골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교리주의적 개신교는 ‘오직 믿음으로’라는 바울의 주장을 오해했다”며, “그들은 율법은 유대적인 것으로 보고 은총은 기독교적인 것으로 봤다. 더 나아가 행위와 믿음을 구분해 가톨릭을 행위의 종교로 보고, 개신교를 믿음의 종교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울에 대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율법의 세계를 ‘믿음으로’ 뛰어넘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 김 박사는 “믿음이란 행함과 분리될 수 없다. 바울은 과거 바리새인이었지만, 믿음으로써 자기 시대의 율법을 뛰어넘는 사람이 되었다”며, “이러한 바울의 정신이 종교개혁운동을 이끌었고,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이어지는 정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호경 박사(서울장신대, 신약신학)는 루터가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오직 성경’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 박사는 “중세시대 일반 사람들은 성경을 볼 수 없었고, 당시 라틴어 성경이 공인된 성경으로 사용됐지만, 이마저도 일반 사람들이 읽을 수 없는 언어였다. 로마교회만이 성경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가졌으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식된 성경의 권위를 자신들과 연결시키는 것이 교회와 교황을 지탱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고 전했다.

당시 루터는 교황이 성경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교회와 교황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와 교황이 성경의 해석을 독점할 수 있다는 내용은 성경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김 박사는 “루터가 강조한 ‘오직 성경’은 성경 자체만을 강조하는데 그 의미가 있지 않다. ‘오직 성경’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교황과 교회에 반대하는 것이었고 그 반대를 모든 이들이 자유와 해방으로 이끌고 간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시 루터는 ‘오직 성경’이라는 슬로건으로 자신이 서있던 사회적 종교적 환경을 뒤집어엎는 전복적인 힘을 발휘했다”며, “오늘날 우리에게는 성경을 통해 인간의 불의를 폭로하고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