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기관 통합, 한기총 복귀로만 가능하다?”
한기총 엄기호 신임 대표회장, 통합추진 원칙 밝혀
고질적 병폐 해법 제시했지만, 애매모호 시간부족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신임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엄기호 목사(성령교회)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보수 연합기관 통합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엄기호 목사는 지난 8일 경기도 광주 성령교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연합기관 통합은 무조건 찬성”이라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나간 사람이 들어오면 되는 것이지 무슨 통합이 필요하나. 근본적으로 같았기 때문에 (한기총에) 들어와서 잘못된 이단을 내보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엄 목사는 “이단이 싫다고 (한기총을) 나가버리면 나중엔 이단 소굴이 될 것 아닌가. 잘 아는 사이니 들어오도록 종용하고 있다. 들어오지 못한다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도 전했다.
2012년 한기총 내 이단문제 등을 이유로 탈퇴해 한교연이 설립된 것을 일컬은 부분이다.
엄 목사는 불과 5일전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 참석해서는 ‘한국기독교연합’과 통합 추진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에는 한기총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한교연과 통합 논의를 실질적으로 이끈 당사자였다.
이러한 그간 행보를 볼 때 이번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통합에 대한 원칙은 의아하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더구나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대표회장 취임 감사예배에는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을 비롯해 한기연-한기총 통합추진위원장 이종승 총회장(예장 대신), 한기연 공동대표회장 김선규 총회장(예장 합동), 전명구 감독회장(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통합을 위한 대화 파트너들이라 할 수 있다. 엄 목사는 "한기총 축제이지만 외부인에게도 축제가 돼야 한다"며 비회원교단 지도자들을 초청했다. 대화 상대들이 떠나자마자 내놓은 발언은 무례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엄기호 신임 대표회장은 한기총 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군소교단 정치세력화, 이단논란 등에 대한 해법을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안이한 수준이었다.
엄 목사는 “한기총 안에 전문가들이 충분한 심의를 거치겠다”면서도 “한기총 내 이단이 있다면 본인에게 이야기해서 자진사퇴하든지, 석고대죄와 같은 회개를 한다면 제 마음으로는 100% 용서하겠다”고 밝혔다.
또 엄 목사는 “군소교단은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회원교회는 50개 정도인데 만년 총회장이 있는 것에 대해 생각을 달리한다. 유예기간이 2년으로 하고, 100개 이상 교회로 성장시키지 않으면 더 이상 있을 생각하지 말라”고 강경하게 발언했다.
한기총은 교단 상위기구가 아니라 교단 연합기구라는 점에서, 회원교단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신임 대표회장은 한기총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이러한 의지에 대해 한기총 안팎에서 해결 가능성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년 초 연임에 도전할 수 있지만, 당장 엄 신임 대표회장의 임기는 4개월뿐이다. 법원에 의해 직무정지된 이영훈 직전 대표회장의 잔여임기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엄기호 대표회장이 제대로 된 임기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소송들이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엄 목사는 “한기총 내 직원부터 인선해 직원들과 의논한 후 문제점을 파악해 임원 인선도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