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 윤영경 화가 제9회 개인전 ‘와유진경’

9월 15일~26일 금호미술관서 전시

2017-09-07     이석훈 기자

‘강산무진 2017’ 총 길이 45m에 달하는 장대한 수묵진경산수

사랑하면 사생한다. 우리 산천에 대한 사랑으로 산 정상에 올라 눈 길 닿는 끝까지 사생하면서 저 먼 곳까지 가슴에 담아 화폭으로 옮겼다. 화폭에 담은 산천을 모두 화가가 살던 곳이었다. 화가가 10여년 사생한 산수는 옛 살던 시간과 공간이 담긴 기억 장소가 됐다. 이 기억 저장소가 하얀 종이 위에 검은 먹으로 줄줄이 꽃피었다.

산수화가인 윤영경의 제9회 개인전이 ‘와유진경(臥遊眞景)’이란 주제로 9월 15일부터 26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윤영경의 ‘강산무진 2017’은 세로 210cm, 가로 150cm 되는 종이 30장을 이은 총 길이 45m에 달하는 장대한 수묵진경산수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5-6장씩 끊어서 모두 23장을 선보인다. 화가는 가로로 긴 두루마리인 횡권산수와 진경산수라는 두 전통을 같이 살려냈다. 덕분에 우리시대의 ‘신(新) 진경산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횡권산수의 전통은 깊고도 멀다. 겸재 정선은 금강산 입구부터 내금강 마지막인 비로봉까지 긴 두루마리에 담아 몇 날 며칠의 여정을 한 폭에 담았었다. 두루마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겸재가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걷는 것처럼 윤영경의 작품을 따라 가다보면 고성 동해바다에서 시작한 여정이 통영 남해바다를 거쳐 어느덧 경기 과천 관악산 자락까지 이어진다. 이것이야 말로 방안에 있으면서 참 경치를 유람한다는 와유진경(臥遊眞景)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을 그림 전체에 적용하여 하늘에서 날며 산과 물을 굽어보는 장쾌한 경험을 맛본다.

윤영경은 새로운 필묵법을 창안했다. 흙산의 흐름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흙산 안에서 먹칠로 양의 기운을, 여백으로 음의 기운을 표현했다. 꿈틀거리는 산맥을 묘사하기 위해 새로 만든 이런 필묵법을 윤영경필묵법이라 부를 수 있다. 화가의 창의성이란 주변을 사생하는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새로 만드는데 있다.

윤영경은 무수한 능선과 골짜기를 마치 조물주가 손으로 차근차근 빚은 듯 정성 들였다. 저 단단한 기운은 땅속을 흐르는 화강암 기운일 것이며, 저 윤기나는 먹빛은 푸른 나무들의 싱싱함일 것이다. 검은색 하나로 이어진 저 산맥은 기의 덩어리인데 이 땅의 기운이 살아서 뻗어 나간 모습을 이보다 대담한 구성과 꼼꼼한 필치로 그린 화가는 없었다.

간송미술원 탁현규 연구원은 “윤영경의 산수는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데 의미가 있고 감상자의 기운을 북돋는데 가치가 있다”면서 “동양화의 색인 수묵, 동양화의 줄기인 산수, 산수의 꽃인 진경, 이 셋이 가득한 윤영경의 대작 ‘강산무진 2017’은 동양화의 정통을 찾아 맛보길 원하는 그림애호가들에게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기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천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윤영경 작가는 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올해 ‘전통적 횡권산수 양식의 현대적 변용-자작<강산무진>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대와 창원대, 경남대, 강원대에서 강사를 역임했으며, 2002년 제1회 개인전 ‘그곳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8차례의 개인전과 30여 회의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