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Santiago) 가는 길

김한호 목사 / 춘천동부교회

2017-09-06     김한호 목사

도대체 산티아고가 어떤 곳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한달 동안 800km를 순례할까요? 스페인어 산티아고(Santiago)는 영어로 제임스(James)입니다. 즉 야고보입니다. 야고보는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그는 집안 환경이 좋았습니다. 아버지가 재산이 많았고 수산업 종사자로서 직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그런가하면 성경은 야고보의 성격을 우레의 아들이라고 묘사합니다. 그는 이방인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습니다. 사마리아 사람과 같은 이방인은 인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욕심도 컸습니다. 야보고와 그의 형제 요한은 마지막 때에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예수님께 요청합니다. 이렇게 야고보는 부정적인 면이 많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성격이 변화되었습니다. 야고보가 이처럼 변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최근 안식년 기간에 산티아고 지역을 순례하였습니다. 물론 800Km를 걷지는 못하고 120Km에 도전했습니다. 먼저 순례자의 여권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마드리드에서 만들고자 했는데 전혀 의사 전달이 안 됩니다. 그때에 군인이 한 명 오기에 길을 물어보니 다른 사람들처럼 대충 알려주었습니다. 또다시 길을 헤매고 있는데 제 가방을 ‘툭’ 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조금 전에 길을 알려준 군인이었습니다. 그가 손가락으로 자기를 따라오라고 합니다. 직접 목적지까지 저를 안내해 줍니다. 그 순간 저는 너무 부끄러운 일이 기억났습니다. 방금 이곳에 도착하기 전 공항에서 한 청년이 필자의 가방을 ‘툭’ 치며 저에게 길을 묻기에 화를 내며 모른다고 했었습니다. 왜냐면 오래전 가방을 ‘툭’ 치며 길을 묻는 사람에게 소매치기를 당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부로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 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여권을 무사히 만들고 첫날 상쾌한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낮 2시가 넘어가자 해가 뜨겁게 비추고 서서히 아내가 지치면서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나보고 여기를 가자고 했느냐?”부터 시작해서 짜증을 내기에 저는 먼저 걸어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릎에 극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야고보를 묵상해야 하는데, 묵상은 안하고 빨리 오늘 코스를 마치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때 버스 정류장이 보였습니다. 여기서 버스를 타면 20분 내로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한참동안 ‘버스를 탈까 타지 말까’ 고민했습니다. 숲속으로 들어서자 그제야 버스의 유혹이 사라졌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여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오는 길에 버스 정류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버스타면 오늘 안 걷고 올 수 있었어!” 그 말을 전해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다음날 걸어가면서 아내는 버스 정류소만 찾았습니다. 유혹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선입견을 버리는 것, 유혹을 이기는 것, 버리는 것이 절대 쉽지 않음을 길 위에서 배웠습니다. 그런데 야고보는 이것을 예수님으로부터 훈련 받았습니다.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을 듣고 야고보는 예루살렘에서 스페인 북부 지방까지 걸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페인의 땅 끝이 예루살렘과 로마에 뒤이어 세계 3대 성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스페인까지 땅 끝까지 걸어야 하나요? 과연 땅 끝은 어디인가요? 영어성경을 보면 “to the ends of the earth”(NIV: 땅끝까지)에서 end가 복수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땅 끝이란 지역적인 개념보다 복음을 전해야 할 다양한 대상을 의미합니다. 나의 친구들, 가족들 이들이 복음을 모른다면 바로 이들이 나의 땅 끝입니다. 주님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혼자도 걷기 힘든 언덕길을 장애가 있는 분을 모시고 넘어가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너무 놀랐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집 앞에 음식을 두고 와서 먹으라고 합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모두를 서로가 격려해 줍니다. 저는 이것이야 말로 살아있는 ‘성령’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친 자를 일으키는 힘이자 유혹을 이기는 힘인 성령의 능력으로 주위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