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장회의와-한교연 통합 ‘합의’...깜작 ‘묘수’?

정서영 대표회장-이성희 총회장, 12일 합의서 작성
단체명칭 '한기연', '7.7정관' 기본, 한교연 법인 사용 등 골자
친목모임 교단장회의가 통합주체 될 수 있나 비판도

2017-07-12     이인창 기자

한국교회 통합을 위해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국교회교단장회의)와 한국교회연합이 손을 잡았다. 교단장회의와 한교연이 통합하기로 하고, 추후 한기총이 정상화 될 경우 합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겠다면서 전격 합의했다. 

오늘(12일) 오전 한국교회교단장회의를 대표해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과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이 만나 양 단체가 우선 통합하기로 합의하고 문서에 서명했다. 아침 모임에는 한교연 통합추진위원장 고시영 목사와 예장 통합 변창배 사무총장 서리가 배석했다.

이성희 총회장은 하루 앞서 11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가진 교단장회의 대표단 회의에서 모아진 의견을 들고 정 대표회장을 만났다. 대표단 회의에는 기하성 이영훈 총회장, 예장대신 이종승 총회장, 기독교한국침례회 유관재 총회장, 이성희 총회장이 참석해 의견을 같이했다.

합의된 내용은 구체적으로 ‘7·7정관을 기본으로 하되 1천 교회 이상 교단으로 구성된 상임회장단을 대표로 추대한다’(5년간), , ‘한교연 법인을 사용하고 이름을 제3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가칭은 한기연(한국기독교연합회)‘, ’한기총은 정상화 되면 통합을 추진한다‘이다.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합의한 사실이 맞다. 한교총은 우리가 인정하는 곳이 아니고 교단장회의는 다 인정하는 단체니까 합의할 수 있었다”면서 “지난주 금요일에도 교단장들을 만나 (8월 중 예상되는) 한기총 임시총회 결과를 보고 통합논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교단장들은 한기총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먼저 교단장회의와 통합하자고 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회장은 “교단장회의와 통합 관련된 사항은 임원회 안에서도 이미 공유됐던 것”이라며 추진 과정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은 “교단장회의가 오랫동안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 되도록 노력했지만 한기총이 도저히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교단장회의 15개 교단과 우리 교단(예장통합)이 들어가 있는 한교연이 먼저 하나가 되기로 했다”면서 정 대표회장 설명과 일치를 보였다.

이 총회장은 “이단문제가 없는 두 곳이 통합하자고 해 극적으로 합의했다”며 “한기총이 정상화 되면 그 때 통합을 추진하고 성사될 경우 한기총 법인은 교단, 한교연 법인 단체가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이만큼 분위기가 마련됐는데 거부한다면 한국교회 공공의 적”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일단 양 단체는 통합추진위원 2명씩을 선정해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성희 총회장은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 가입동의서를 제출한 바 있는 15개 교단 대표들은 13일 오전 만나 과정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17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밝힐 예정이다.

교단장회의와 한교연 통합은 막혀있던 연합기관 통합추진 과정에서 '묘수'로 볼 수 있다.

교단장회의 내부에서는 오는 17일 (가칭) 한교총 창립총회를 개최하겠다고 강행의지가 상당했지만, 교단 결의없이 참여하기 어려운 예장 통합이 난색을 보이면서 최근 난항을 겪었다. 기하성 이영훈 총회장 역시 한기총 임시총회 결과를 지켜보자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한교연은 한교총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고, 한기총은 이영훈 목사의 대표회장 직무가 법원에 의해 정지되면서 혼란은 더 가중된 상황이었다. 결국 한교총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새 단체를 출범하지 않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교단장회의측은 한교총 추진은 한교연과 한기총이 하나가 되도록 압력을 주기 위한 것이며 새로운 단체를 만들겠다는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선 통합을 이루겠다는 본래 취지에 따라 합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회장들의 친목단체인 비상설기구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연합기구와 통합의 주체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교연과 통합하면 교단장회의의 존재 방식도 문제다.  

사실상 교단장회의가 한교총이지 아니냐는 비아냥섞인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또 진보진영 교단을 아우르겠다고 했던 목표가 한교연과만의 통합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교단장회의와 한교연 간 통합추진은 13일 교단 설명회 이후 확정 여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