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진화, 신앙과 과학의 경계

타협의 거센 바람·창조론자들

2017-07-12     한현구 기자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의 오랜 논쟁이 식지 않고 있다. 성경의 창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창조과학과 생명체가 우연히 발생해 진화를 이어왔다는 진화론은 서로 양립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과학계에서 진화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창조과학 이론에 몇몇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기독교 신앙과 진화론의 매커니즘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유신론적 진화론’이나 ‘점진적 창조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창조과학 전문 사역자 이재만 선교사는 이와 같은 시도들을 ‘타협’이라 정의하며 비판했다. 이재만 선교사는 그의 책 ‘타협의 거센 바람(두란노)’에서 진리는 거짓이 아니라 타협에 의해 무너진다고 강조한다.

이 선교사는 무너져 버린 유럽과 미국의 교회들을 소개한다. 그는 “유신 진화론을 받아들인 이들이 처음부터 기독교 신앙을 저버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영국 성공회는 2015년을 기준으로 10년 만에 주일예배 참석자가 25.7%나 줄었다. 이는 진화 역사를 틀렸다고 말하지 않고 유신론적 진화론을 만들어 타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교회가 타협이론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지질시대표가 보여 주는 수십억 년의 진화 역사가 사실처럼 느껴지고 진화론적 지질시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받을까 염려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책은 타협이론의 배경과 근거들을 소개하고 이들 이론의 잘못된 점에 대해 짚어 나간다. 창세기가 허술한 기록이라는 주장, 지금까지 제시된 진화의 증거들에 반박하며 타협이론은 결국 복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재만 선교사는 “유신론적 진화론, 점진적 창조론, 간격이론 등 타협이론은 하나님의 말씀에 너무 많은 것을 더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부끄러워한다면 예수님도 우리를 부끄러워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석좌교수인 로널드 넘버스는 ‘젊은 지구 창조론’은 정통 개신교의 역사적·신학적 산물이 아니라 20세기 초반 미국 안식교회 안에서 시작된 착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로널드 넘버스는 그의 책 ‘창조론자들(새물결플러스)’에서 젊은 지구 창조론이 탄생하게 된 경위와 젊은 지구 창조론이 어떻게 과학적 이론처럼 부상하게 됐는지 소개한다.

그는 “창조과학자들은 지상의 생명체의 역사를 1만 년 이내로 압축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대부분의 화석 기록이 노아 홍수의 여파로 짧은 기간에 형성됐다고 본다. 이는 대다수 과학자들, 심지어 다른 창조론자들까지도 동의하는 동식물의 순차적 개체군을 부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창조론자들’은 단지 젊은 지구 창조론에 대해서만 서술하고 있지 않다. 책은 지적 설계를 비롯해 이슬람교나 유대교 진영의 창조론까지 총망라해 창조론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제공한다.

이어 진화론의 도전과 성경 영감의 위기가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아주 보수적인 해결책인 문자주의적 해석의 길로 몰고 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통 교리와 신앙의 틀에 충실하면서도 현대 과학과의 대화와 조우를 촉진할 수 있는 더 나은 열매들이 나와 줘야 한다고 제언한다.

저자 로널드 넘버스는 “단순히 젊은 지구 창조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내놓음으로써 신앙과 과학의 관계 사이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갈등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돕고 궁극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의 적실성과 정합성을 널리 증언하는 책무를 수행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