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선교의 새로운 대안 될까

한국선교연구원 선교세미나, ‘적정기술과 선교’ 주제로 열려

2017-06-21     한현구 기자

한국교회가 일방적인 퍼주기 식의 선교에서 벗어나 적정기술을 활용해 현지와 소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선교연구원은 지난 16일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 ‘적정기술과 선교’라는 주제로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를 강사로 초청해 선교세미나를 열었다.

적정기술은 특정 집단의 문화적, 환경적,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만들어진 기술로,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소규모·소비용·친환경적으로 쉽게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햇빛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기구, 오염된 물을 간편하게 식수로 바꿔주는 정수장치 등이 있다.

안성훈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네팔 솔라봉사단의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봉사단은 1년에 한번, 전공을 살려 적정기술 봉사활동을 떠난다.

네팔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맥을 보유한 국가다. 나라 대부분이 산지로 이뤄져있어 전기 공급이 안되는 곳이 많고 병원, 교육 등 기반 시설도 취약하다.

안 교수와 학생들은 이런 네팔의 현실을 파악하고 소규모 발전소 설치 봉사에 나섰다. 첫 번째 여정은 지난 2011년 라마호텔. 해발 약 2,500m에 위치한 이곳에는 주민 3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봉사단은 태양광 전지판을 이용해 전력을 확보하고 낮은 전력으로도 높은 효율을 내는 LED 조명을 설치했다. 준비작업부터 시공을 마치고 점등식을 하기까지 이틀 정도 소요됐다.

설치 결과 마을 주민들은 전기를 관광객에게 판매하며 수입을 내고 있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마을에는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봉사단은 이후 팅간 마을과 콜콥 마을에 추가로 발전소를 설치했다. 콜콥 마을의 경우 태양광, 풍력, 소수력 발전이 합쳐진 트리하이브리드(Tri-hybrid)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안 교수는 설치된 발전기를 활용해 백신 냉장고 보급에도 나섰다. 네팔은 지리적 특성상 백신이 전달되기 어렵고 전달과정에서 부패하는 경우도 많아 영아 사망률이 높다.

봉사단은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백신 공급 및 보관시스템을 마련해 네팔의 백신 보급률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생강 공장을 운영하는데도 활용됐다.

안 교수는 적정기술의 장점으로 “짧은 기간에 마을 중요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선교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오지에 급격하게 과학기술과 물질문명이 도입되면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정기술 선교는 비기독인들과 봉사 협력이 선교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할지, 과학기술 이 외의 전공을 살려 선교에 사용하는 방법들이 있을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한국선교연구원의 이천 본부장은 “안 교수의 활동은 단순한 재능기부 봉사를 넘어 실제적 필요와 학문적 수준을 동시에 추구한 활동이었다”며 “새로운 차원의 ‘총체적’선교와 선교전략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는 한국교회에 좋은 화두를 던지는 세미나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