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자입니까? 아니면 평가자입니까?”

예배사역연구소 ‘빈티지 예배 세미나’

2017-02-15     공종은 기자

이유정 목사 “예배의 중심은 성경과 예전”

현대 예배 ‘감성 중심’의 찬양들에 치중

 

“현대 예배의 흐름들이 이전의 좋은 유산들을 잃어버린 채 지나친 감성 중심의 찬양들에 집중하면서 신앙의 깊이를 잃어간다. 빈티지 예배는 성경과 복음으로 돌아가는 예배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귀한 예배를 만들어야 한다.”

예배사역연구소 대표 이유정 목사는 지난 13일, 다소 생소한 ‘빈티지 예배(Vintage Worship)’를 소개하면서 ‘또 하나의 예배 트랜드인가?’라는 교계의 시선에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성경과 복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운동이며, 오히려 관객형 예배로 바뀌고 화려함으로 변질되는 현재의 예배를 우려하면서 무너진 예배의 원형 복원을 주장했다. 이런 우려와 지적은 강연 시간 내내 계속됐다.

# ‘관객형 예배’로 전락 우려

새로운 예배를 제안하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성경과 복음으로 돌아가는 예배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배의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지만, 진정한 전통은 과거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는 역동적인 운동이며, 예배 또한 이렇게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목사는 현재 한국 교회의 예배가 ‘관객형 예배’로 바뀌었다고 우려 섞인 진단을 내렸다. 교인들이 예배자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와 찬양 인도자가 나에게 얼마나 은혜를 끼치는지, 얼마나 감동을 주는지를 평가한다는 것.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청중 심사단들처럼 예배와 찬양의 감동을 평가하는 관객형 예배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사의 탁월한 설교와 능력, 찬양 인도자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교회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면서, 찬양과 예배 인도자가 있는 교회들이 급성장했고, 그 결과 찬양사역, 미디어사역, 훈련사역들이 전문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목회했던 이 목사는 자신 또한 새들백교회와 윌로우크릭교회 등을 벤치마킹했다고 고백하고, 담임 목회자들이 이런 것들을 끊임 없이 요구하는 것은 물론 교회도 교인들의 성향에 맞는 이벤트와 예배 양식을 제공하는 교회로 재편되는 현상이 이미 나타났다고 밝혔다.

결과는 교인들이 망설임 없이 교회를 떠나는 것으로 현실화됐다. 예배와 설교가 내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에, 열정적이고 웅장한 찬양이 없다는 것이 이유들이었다. “공동체 의식도 없고, 트랜드 예배 편식증에 걸렸다”고 꼬집은 이 목사는, “현대 예배의 흐름들이 이전의 좋은 유산들을 잃어버린 채 지나친 감성 중심의 찬양들에 치중하면서 신앙의 깊이를 잃어간다”고 우려했다.

이 목사는 예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하나님과의 만남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예배를 통해 하나님 임재의 거룩함에 압도돼야 하는데, 한국 교회는 여전히 설교 중심, 이성 중심의 예배에 머물러 있다”면서 “예배는 체험”이라는 점을 주지시켰다.

또한 “빈티지 예배는 좋은 기독교 전통의 본질을 담아내면서 틀에 박히지 않고, 새롭게 표현된 예배”라고 설명하고, “음악과 양식이 예배의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성경과 예전이 예배의 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목사는 빈티지 예배의 핵심은 양식이 아니라 하나님 사랑과 영혼 사랑이라면서 “영혼을 사랑할 때 영혼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알고, 진실한 마음으로 중보하고 성령 안에서 회복되는 역사를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예배 안에서 하나님을 드러내기 위해 역사하시는 성령의 역할을 이해하고, 전통과 예전을 틀로 삼아 예배를 건축할 것을 주문했다.

# ‘단순성’이 예배 회복의 지름길

한국 교회의 예배는 현대 예배의 한계점에 와있다고 진단한 서울장신대 권광은 교수는 예배의 새로운 변화인 이머징 예배(Emerging Worship)가 다음 세대를 위한 예배로서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권 교수는 우선 이머징 예배가 수동적인 관객 형태의 예배에서의 탈피를 촉구한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또한 예배 모임을 유기적으로 디자인하고, 스타가 존재하지 않게 하며, 고대 교회 예배의 특징을 추구하고 기도를 중시하는 것은 물론 성만찬이 이머징 예배의 중심적 요소가 된다는 특징을 꼽았다.

권 교수는 또한 “16~17세기에 일어난 종교개혁 시기의 개혁교회들은 예배 형식의 단순성을 통해 예배의 의미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고, “예배의 형식에서 단순성을 지켜가는 것이 개혁교회 예배의 중요한 원리”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로 들어감’, ‘말씀을 들음’, ‘성찬에서 감사함으로 응답’, ‘사랑과 봉사를 위한 흩어짐’으로 예배의 형식을 정의한 로버트 웨버의 네 가지 구조를 지지하면서, “단순 구조로 예배자들이 예배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더 단순화해야 예배 회복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 교회의 예배에 대해서는 다양성의 인정과 수용, 각기 다른 신학적 가치의 추구를 통해 교회와 예배 안에 혼란과 갈등이 내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힐송 런던교회는 예배 형식의 관점에서 단순성을 추구하는 특성을 보여줌으로써 미래적 한국 교회의 예배 형식을 고민하기에 좋은 사례가 된다”고 보았다. 또한 “예배 형식이 형식적, 의식적으로 발달한 로마교회의 예배가 산만하고 초점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받듯이, 형식의 세분화의 흐름에 역주행하는 힐송 런던교회의 단순한 예배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발전하는 한국 교회 예배의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