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게 주신 천국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동행기] 부천 성만교회 ‘사랑부’ 가족여행 - 발달장애 가족들의 ‘핸섬한 여행’

2016-09-22     속초=이인창 기자

지난 9일 금요일 이른 아침부터 부천 성만교회(담임:이찬용 목사) 앞마당이 떠들썩하다. 특별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초등학생부터 장년들까지 세대도 다양하다. 이날은 부천 성만교회가 ‘사랑부’ 학생들과 부모를 위해 마련한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일정이 잡혀있다. 이름 하여 행복한 섬김 ‘핸섬’ 프로젝트. 

성만교회 ‘사랑부’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주일학교로, 불과 5년 전 시작돼 초등학생부터 성인기까지 50여명 이상이 매주일 함께하고 있다. 보통의 교회로서는 만만치 않은 숫자다.

성만교회는 사랑부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을 위한 여행 프로젝트를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자녀를 기르면서 지쳐있을 부모들. 이찬용 목사와 교회는 부모들을 격려해주고 싶었다. 지지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추진된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강원도 속초와 설악산, 장애인 자녀를 기르며 ‘여행’은 감히 꿈꾸기 힘들었던 어머니들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벌써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강원도에 비가 내리고 있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예정된 여행을 변경할 생각은 없다. 얼마나 기다렸던 여행인가. 

부모에게 ‘힐링’, 자녀는 ‘도전’
이번 여행에는 13가정이 참여했다. 그런데 가족여행에 부모와 자녀가 각기 다른 버스에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원도로 향하기 위해 준비된 2대의 버스 중 한 대에는 부모님이, 다른 한 대에는 자녀들이 나뉘어 탑승했다.

이번 여행에서 부모들은 잠시라도 자녀와 분리돼 쉼을 얻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게 된다. 사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발달장애아의 부모들은 일정 시간 자녀와 떨어져있기 어렵다. 밤잠을 설칠 때도 많고, 자해하거나 폭력성을 나타내거나 하는 경우 마음 고생을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녀와 분리돼 ‘힐링’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찬용 담임목사가 여행 전부터 계속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거리낌 없이 부모님들이 푹 쉬었으면 합니다. 잘 드시고 잘 노시면 됩니다”라고 독려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불안하다. 내 자녀들이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세상이 아직은 못 되는 이유에서다. 다행히 여행을 위해 사랑부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이 동행했다.
교사들은 평소 자신이 맡아온 학생들과 여행하기 위해 휴가를 내는 등 미리 일정을 조율했다. 발달장애 학생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교사가 함께 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부모도, 학생도 안심할 수 있다.

사랑부 총무 교사를 맡고 있는 양소영 집사는 “우리 아이들은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눈을 맞추고 신뢰를 쌓아온 교사가 동행하면 부모들과 떨어져서도 불안해하지 않거든요,”라고 교사가 함께하는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특히 이번 여행에는 부교역자들과 중직자들이 총출동했다. 전체 인원 66명 중 부모와 자녀를 지원하기 위한 인원이 절반이 넘는다.

“주 하나님 지으신 세계에 ‘풍덩’”
5시간이 걸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설악산국립공원. 장시간 산행은 어렵지만 부모님보다 먼저 도착한 학생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랐다. 발달장애인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케이블카에 잘 타 주었다. 대부분 설악산도 처음이고, 케이블카도 처음인 듯 했다.

비가 내린 탓에 산은 운무에 휘감겨 있어 장관을 연출했다. 구름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은 사랑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듯 했다. 절경을 눈에 담는 것 같았다.

5분이나 걸렸을까 벌써 도착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함께 탄 시민들은 낯설어하면서도 먼저 사랑부가 내릴 수 있도록 양보해주었다.

정상에 오르자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나오고 산 아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래서 설악산인가 싶을 정도로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큰 감동을 선사한다. 어느새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부모들은 며칠 만에 만난 것 마냥 자녀들과 상봉하고는 경치를 감상한다.

모처럼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 같다. 좀체 변하지 않는 자녀를 곁에 두고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부모들은 15분 정도 올라가야 하는 ‘권금성’으로 등반을 시작한다. 자녀들의 산행은 예정돼 있지 않았지만, 기암괴석의 풍경에 먼저 올라간 이찬용 담임목사는 교사들에게 학생들과 함께 올라와달라고 부탁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부모들의 마음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족사에 남을 만한 시원한 기념사진이 촬영됐다. 언제든 부모와 자녀는 이 사진을 보며 이때를 추억하게 될 것이다.

산을 내려와서는 곧장 속초중앙시장으로 달려갔다. 좁은 시장 골목길이지만 ‘닭강정’, ‘새우튀김’, ‘홍게’, ‘부꾸미’와 같은 먹을거리들이 넘쳐났다. 동해바다에서 잡힌 다양한 생선들은 사랑부 학생들의 온 마음을 사로잡은 듯하다.

이미 다른 곳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을 엄마는 잊은 듯 집중하는 모습이 어느새 여행에 적응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했다. 시장 안 분식집에 자리해서는 특산 음식을 먹어보면서 또 하나의 체험을 더했다. 시장 다른 곳에서 부모님들은 게찜과 회를 맛있게 먹으며 시름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엄마, 사랑합니다! 아빠, 감사합니다!”
정말 이날만큼은 자녀들은 부모들을 잊은 듯 잘 지냈다. 부모보다 먼저 숙소에 와서도 얌전했다. 사실 출발 전에는 걱정도 많았다. 갑자가 아프거나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에 대한 염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성도들이 기도로 후원하고 준비했던 만큼 예상 밖으로 평안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여행 내용은 실시간으로 교회 온라인카페에 올라갔다.

저녁 시간이 되자 자녀들이 프로그램을 갖는 동안 부모들은 리조트 내 강당에서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몸으로 부대끼는 즐거움 속에 마음껏 웃는 모습이 지켜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부모들은 강당의자에 앉아 한편의 영상을 봤다. 여행하는 자녀들의 모습, 그리고 그 자녀들이 남긴 “엄마 사랑해요”, “아빠 감사해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머리 위로 그려지는 하트가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어느 엄마는 미소가 한가득, 어느 엄마는 눈물 한움큼이다.

영상이 끝나자 자녀들이 찬양을 부르며 부모 앞에 섰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통해 메마른 땅에 샘물 나게 하시기를 가난한 영혼 목마른 영혼 주사랑 알기 원하네~” 부모와 자녀는 뜨겁게 포옹하고 눈물로 기도했다. 그 곁에는 교역자들과 교사, 자원봉사자들이 지켰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김민자 집사는 “힘든 세월 아이와 함께 흘린 눈물은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었을 것이예요. 이제는 우리 아들이 27살 청년이 되어서 눈물은 다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사랑하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에 주체할 수 없이 울었습니다. 그 한마디로 지난 세월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해요”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권혁수 안수집사는 “어제와 오늘 여행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천국의 삶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대접을 받아 누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사랑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 같았습니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에는 속초 앞바다에서 엄마들은 소녀가 됐고 아빠들은 소년이 됐다. 깊게 넘실대는 파도를 내려다보고 야외 테라스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커피도 마셨다. 백사장으로 걸어가서 엄마들은 손을 맞잡고 파도를 따라갔다가 다시 달려온다. 언제 해봤던 놀이인지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한 그 감성을 다시 발견한 다. 백사장에 ‘사랑해’를 적고 그 앞에는 내 아이의 이름을 적었다. 어젯밤 자식의 인사에 답하듯 머리 위에 ‘하트’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