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3곳 중 2곳은 성윤리 교육 안 해”

개혁연대, 지난 16일 신대원 성윤리 교육 실태 발표

2016-04-26     손동준 기자

전국 17개 신대원 가운데 고작 6곳만이 성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곳 가운데 2곳에서 관련 교육이 전무한 꼴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박득훈,방인성,백종국,윤경아, 개혁연대)가 지난 2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신학대학원 성윤리 교육의 현실과 방향성’ 포럼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발표됐다.

전국의 17개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윤리교육 실태조사’ 결과, ‘성윤리 등 관련 교육’을 개설하고 있는 학교는 6개로 감신대와 대구신대, 서울장신대, 영신대, 장신대, 칼빈대뿐이었다.

그나마도 정규 강좌로 편성·운영하고 있다고 답한 학교는 감신대와 대구신대, 장신대 3곳에 불과했다. 3개 학교를 제외하면 특별강좌나, 채플을 통한 교육이 진행됐는데, 서울장신대의 경우 ‘대학성희롱예방교육’이나 ‘대학성폭력예방교육’, ‘대학성매매예방교육’ 등이 진행됐고, 칼빈대는 여성가족부의 추천을 받은 강사를 초빙하는 형식으로 교육이 실시됐다.

이밖에 구세군대와 나사렛대, 대전신대, 목신대, 백석대 등 11개 학교는 성윤리 등 관련 과목이 개설된 사실이 없었다. 이 학교들은 ‘향후 개설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서도 대부분 ‘개설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개혁연대는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시된 2016년 교과과정을 수집·분석했다. 설문에 응답하지 참여하지 않은 학교들까지 총 31개 신학대학원의 커리큘럼을 분석한 결과 관련 과목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 사례는 11개 대학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학교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으로, ‘양성평등과교역’, ‘여성신학개론’, ‘여성신학섹슈얼리티’, ‘생태여성신학’ 등 관련 과목이 14개에 달했다. 다음은 감신대 신학대학원으로 ‘여성학과철학’, ‘여성과역사세미나’ 등 6개 강좌가 마련돼 있었다. 그밖에 장신대(5개), 부산장신대(4개) 순이었는데, 해당 학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에큐메니컬 진영의 교단 신학교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이번에 개혁연대가 채택하고 있는 강좌 대부분이 정확히 ‘성 윤리’와 관련된 강의라기보다는 ‘여성신학’에 가까웠던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나마 영남신대와 협성대 신대원에서 개설하고 있는 ‘기독교성윤리’정도가 엄밀한 의미의 ‘성윤리’ 관련 강의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전체 31개 신학대학원 가운데 제대로 된 성윤리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곳은 사실상 2곳에 불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조사에 대해 영남신대 김승호 교수(기독교윤리학)는 “신학생·목회자가 신학적·신앙적으로 올바로 서 있으면 성적 탈선이 일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성적탈선을 저지른 목회자들 중 상당수는 영적으로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이들이다. 이것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신앙적·신학적 준비만 되어 있으면 목회자의 성적탈선이 예방될 수 있다는 생각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실제로 신학대학원 과정에서 학생들이 성윤리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도 없고, 성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상대도 없고,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성 문제와 관련하여 공적으로 토론할 기회도 거의 없다”며 “이런 상태에서 졸업 후 전임사역을 시작하면 더더욱 성윤리와 관련하여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기 힘들어진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성윤리 과목 및 관련과목의 정기적인 개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목회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목회자의 성적탈선 및 성윤리와 관련된 다양한 케이스에 대해 토론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2015년 11월 11일부터 올해 3월 17일까지였으며, 전국 교단 산하 31개 신학대학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공문을 통해 질의 후 교학과 관계자로부터 답변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17개 이 가운데 감리교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과 침례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 백석대학교신학대학원, 장로회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 칼빈대학교신학대학원 등 17곳만이 공문에 대한 응답을 보내왔다.

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법적 의무로서 성폭력예방교육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서 성폭력에 대한 이해와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교회 내부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학교 양성과정에서 어떠한 관점에서 성윤리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성폭력예방교육이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자 했다”고 이번 조사의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