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의 문화칼럼] 라스트 씬

방효성의 성지를 찾아서 (42)

2016-03-22     운영자

지난 겨울 주위에 유난히 많은 장례가 있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이 어느 때보다 부음 소식을 많이 듣는 시기인 것 같다. 부음을 듣고 빈소를 찾으면 누구나 그렇듯이 고인의 영정을 마주하게 된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는 모르나 영정사진 속에 고인의 마지막 얼굴 모습을 본다. 사진 속 얼굴을 보며 고인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며 감회에 젖는다. 인생의 역정을 지내온 세월의 기록을  얼굴에서 읽을 수 있다. 사진 속에는 유쾌한 얼굴, 미소진 얼굴, 근엄한 얼굴들이 들어 있다. 아니 사진을 찍을 당시 그 분위기 그대로 멈춰져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찍은 사진이 영정사진으로 사용될 줄 알았겠는가? 그 많은 사진들 중에 나의 나 다운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할 사진이 과연 어떤 사진일까?

유가족들이 고인을 생각하며 영정사진을 고를 때 잘 나온 멋진 모습의 사진을 선택하게 된다. 수많은 사진들 속에 추억을 남기는 기념 사진들이 있다. 그 중 나를 기억하는 지인들에게 어떤 표정의 모습이 나의 모습일까? 그러나 생각해 보면 영정사진은 자기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남겨진 사진 중 남은 자에 의해 선택 되어진 사진 일 것이다.

필자는 그 동안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영정사진으로 생각하고 찍은 것은 한 장도 없다. 멋진 라스트 씬을 하나쯤 골라 보려 해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별로 없다.이것도 욕심인가?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생명의 계절인 봄에 부활절이 있다는 것이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 여겨져서 의미가 더 귀하게 느껴진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이며 부활이 없다면 영원한 생명과 소망의 기쁨 또한 없을 것이다. 사순절은 삶과 죽음과 부활에 대하여 묵상하며 사색에 잠기게 한다. 그렇다! 믿는 자들에게 영정사진은 이 세상의 끝이 아닌 천국문으로 들어가는 증명사진이 되는 것이다.

부활절은 우리에게 이 세상의 마지막 사진인 영정사진을 장차 들어갈 천국의 증명 사진으로 바꾸어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믿는 자들의 라스트 씬은 천국 증명사진인 것이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 4장 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