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거산…떠나시고야 소중함 알아"

소강석 목사, 고 김영삼 전대통령 추모시 헌사

2015-11-26     손동준 기자

“한국 민주주의의 거산의 소중함을 떠나시고야 더 애달프게 알았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고 김영삼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기리는 추모시가 헌정됐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26일 오전 열린 김 전 대통령 천국환송예배에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시를 낭독했다.

소 목사는 ‘따뜩한 눈동자, 인자한 미소로 조국의 미래를 지켜봐 주소서’라는 제목의 시에서 “거제도의 푸른 가을밤은 청명한 별빛으로 님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 수많은 사랑과 꿈, 그리움을 우리 가슴에 남겨두고 기어이 훨훨 떠나시고야 말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치며 폭압과 불의의 밤과 맞서 싸우시던 님의 그 사자후 목청은 여전히 우리 가슴을 울리고 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거산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소중함을 떠나시고야 더 애달프게 알았다. 자유 민주주의의 족적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 것인가를 님이 떠나신 후에야 더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또 “이제 님이 남기고 가신 위대한 대한민국 자유 민주주의를 기초석 삼아 우리 민족의 허리를 자른 저 분단의 철책선을 넘어서 백두에서 한라에까지 우리 조국 강산 흙 한 줌, 가녀린 풀 한 포기마다 사랑과 평화, 화해와 통합의 숨결이 깃들게 하여 평화통일과 선진대국을 이루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예배는 서울대병원장례식장 행사장에서 진행됐으며,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집례자로 나섰다. 상도제일교회 조성민 목사가 기도를, 극동방송 이사 공부영 장로가 고인약력소개를 했으며, 하늘문교회 이기복 감독이 ‘오늘 죽어도 영원히 살리라’를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김 전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를 전했고, 림택권 목사(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총장)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다음은 소강석 목사의 추모시 전문

 

따뜻한 눈동자, 인자한 미소로 조국의 미래를 지켜봐 주소서

 

거제도의 푸른 가을밤은 청명한 별빛으로 님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 수많은 사랑과 꿈, 그리움을 우리 가슴에 남겨두고 기어이 훨훨 떠나시고야 말았습니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치며

폭압과 불의의 밤과 맞서 싸우시던 님의 그 사자후의 목청은

여전히 우리 가슴을 울리고 있는데 이제 왜 더 이상 아무 말씀이 없으신가요

 

온갖 정치 술수와 모사, 음모와 위협 앞에서도 대도무문 네 글자를 거침없이 쓰시며

그 어떤 억압과 회유 앞에서도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의 외길을 걸어가신

그 무쇠같고 당당하셨던 발걸음은

여전히 시린 첫 새벽을 깨우며 달려가고 있는데

이제 왜 더 이상 함께 뛰자는 말씀이 없으십니까

 

한국 민주주의의 거산 고 김영삼 전 대통령님,

어쩌면 우린 님이 떠나신 다음에야 님의 소중함을 더 애달프게 알았습니다.

님이 한국 근현대사 속에 남기신 자유 민주주의의 족적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 것인가를

님이 떠나신 후에야 더 사무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토록 원하셨던 민주주의는 문민정부를 통하여 한 송이 꽃으로 피웠는데

남북통일을 보지 못하고 가신 님을 생각하면 더 가슴이 아립니다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않았는데 그 머나먼 길 어찌 홀로 가시고야 말았습니까

지금이라도 털털 털고 일어나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나 같이 먹자고 말씀하실 것만 같은데

이제 영원히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그 먼 길을 떠나시고야 말았습니까

 

이제 님이 남기고 가신 위대한 대한민국 자유 민주주의를 기초석 삼아

우리 민족의 허리를 자른 저 분단의 철책선을 넘어서

백두에서 한라에까지 우리 조국 강산 흙 한 줌, 가녀린 풀 한포기마다

사랑과 평화, 화해와 통합의 숨결이 깃들게 하여

평화통일과 선진대국을 이루어가겠습니다

 

그리운 님이여,

이제 세상의 모든 짐, 고통, 눈물, 애환은

이 땅 위에 다 내려놓으시고

저 영원한 하늘나라 주님의 품 안에서 편히 쉬소서

따뜻한 사랑의 눈동자, 인자한 미소로

통일 조국의 미래를 지켜 봐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