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정의, 법 집행 넘어 ‘생명’으로 드러나”

한국기독교학회, 제44차 정기학술대회 ‘정의’ 주제로 개최

2015-10-23     정하라 기자

성서적 ‘정의’의 실현은, ‘각자의 것을 각자에게’라는 자연적 정의가 아닌 나눔을 통해 실현되며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궁극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로 드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13개 학회 2,000여명의 회원이 소속된 한국기독교학회(회장:유석성) 제44차 정기학술대회가 지난 23일 온양관광호텔에서 ‘정의’를 주제로 개최됐다.

올해 디트리히 본회퍼 순교 70주년을 맞아 ‘디트리히 본회퍼의 정의론’을 주제로 강연한 독일 마르틴 라이너 교수(예나대학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개인이 가진 부를 타인에게 나누는 ‘사람을 살리는’ 하나님 운동을 통해 정의가 성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이너 교수는 “자연적 정의, 곧 ‘각자의 것을 각자에게’는 갈등으로 귀결됐다. 인간이 하나님과 공동체적 친교를 이루지 않고 홀로 머물러 있으면, 그는 필연적으로 갈등의 상황으로 들어간다. 자연적 권리도, 정의에 대한 논의도 명백히 이런 갈등에 연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갈등의 최후의 근거는 하나님과의 분열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선물로 받은 ‘의’는 이러한 갈등들을 화해시키며 극복한다. 정의는 먼저 창출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미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본회퍼는 ‘그리스도의 의’를 단순한 계명의 성취가 아닌, 하나님과의 완전한 친교로 이해한다. 예수는 의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의 자체”라며 “예수 그리스도로 선물 받은 의는 결코 의인의 행동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라며 예수의 의가 사회적 정의에 대한 실현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라이너 교수는 우리 시대 가장 시급한 윤리적 문제로 ‘부의 불평등과 기아문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제자는 항상 타인을 예수님이 다가가는 한 사람으로 본다”며 “제자는 예수님과 함께 그 타자에게 다가간다.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예수의 사랑 운동은 기아와 조사를 막는 모든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그리스도인의 식탁 공동체는 의무를 의미한다”며, “신체적 삶의 공동체의 파괴가 곧 영적 공동체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은 내 자신의 빵만이 아니라, 일용할 우리의 빵이다. 누군가 빵을 가지고 있는 한 그 누구도 굶주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본회퍼는 더 나은 정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 정의는 단순한 사회적 갈등과 법률적인 의무를 넘어서 사람에게로 향하는 하나님의 운동을, 사람을 위하는 하나님의 운동에 동참하도록 초대한다. ‘정의’는 이 운동의 중심적 관점”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학회별 주제발표에서 ‘신약성서의 정의 이해’를 주제로 발제한 김판임 교수(세종대)는 궁극적인 예수의 정의 구현이 법 집행을 넘어 ‘생명의 살림’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예수님의 ‘정의’에 관해 가르쳐줄 수 있는 비유로 신약성서에서 ‘포도원 주인의 비유(마20:1~15)’를 제시했다.

포도원 주인이 하루 종일 일을 한 노동자와 한 시간 전부터 일을 시작한 노동자들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불한 이 비유에 대해 김 교수는 “예수는 일반적 정의 이해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정의의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며, “예수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정의는 법이나 규정대로 행한다는 일반적 정의개념과 공유하고 있지만, 그것이 ‘생명 살림’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새롭다”고 밝혔다.

정의의 구현 방법이 단순히 법 집행을 위한 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것이라는 점, 정의 구현의 목적도 ‘생명 살림’에 있다는 것이 예수의 독특한 이해라는 것. 그렇기에 예수는 바리새인들의 형식적 법 이행을 외식하는 행위로 보며, 하나님의 정의와는 멀다는 것을 피력한다.(마23:12, 눅11:42)

김 교수는 “예수가 바라보는 하나님의 정의는 사람들의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 먹고 소비하고 생활하는 모든 일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하나님의 정의”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불의란 무엇인가. 그는 “사람이 살 수 없게끔 하는 모든 것, 살아도 산다고 할 수 없을만한 고통어린 모든 것”이라며, “부자이든 가난하듯, 지위가 높든 그렇지 못하든 모두 살아야하기 때문에 살 수 있게 해주신다. 이는 예수의 정의 이해에 창조신학이 기초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죽음은 인간의 죄를 벌하심으로써 ‘신의 정의’를 드러난 최대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죄와 악의 성행을 방관하는 것은 결코 정의가 아니다. 율법의 잣대론 어느 누구도 신의 정의로운 심판에서 자유로울 자가 없다. 그렇기에 바울은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죄 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신약성서에서 정의는 불의한 세상에 합류하지 않고 정의롭게 살도록 힘을 주는 기제로 작용하며, 자기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해할 수 있는 위험한 이기주의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살 용기를 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