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의 문화칼럼] 영화와 현실

최성수의 신학문화 (1)

2015-09-02     운영자

올 여름,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천 만 관객의 기록을 세웠다. ‘암살’과 ‘베테랑’이다. 여름 한 철만의 기록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두 작품 모두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영화는 부조리한 현실을 폭로하다시피 보여주었다. 영화 ‘암살’은 친일세력이 사회 각 분야에서 득세하고 있는 현실이며, 영화 ‘베테랑’은 재벌들의 갑질 횡포가 극에 달한 현실이다. 두 영화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면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간과했던 현실을 폭로하듯이 들춰내었고, 우리는 그것에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교회로 하여금 사회적인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 교회의 할 일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공공신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의미 있는 영화다.

이런 질문이 든다. 영화의 흥행이 가져오는 사회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손익계산과 해외 영화 수출 같은 경제적인 효과에만 집중되었던 관심을 이제는 정치, 사회적인 측면으로 돌려보자는 말이다.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과 병행해서 친일파 명단은 물론이고 친일파의 행적을 폭로하는 숱한 글들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재벌들의 갑질 횡포에 대한 글들도 있었다. 문제는 영화가 폭로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여전히 사회 각 분야에서 유명인으로 살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는 그저 심리적인 만족만을 준 것인가? 현실 변화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 혹시 우리는 우민화 정치를 위해 사용되는 3S(screen, sports, sex) 정책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달리는 기차를 멈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지하다. 사회의 혼란을 감수하고라도 잘못을 수정하고 새로운 길을 걸을 용기도 없어 보인다.

한편, 사회적인 이슈에서 기독교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사실 기독교 역시 친일 그리고 교회 자본을 독점하고 있는 대형교회 횡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기독교 언론과 대학 그리고 각종 복지단체를 후원하는 일에 지출되는 대형교회 자본은 온갖 비리를 감추게 만든다. 비판적인 지성을 무디게 만든다. 교단 차원에서 수행하는 대형 사업에 자본 공급과 유능한 인력 동원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대형교회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사회에선 우민화를 위해 3S 정책이 사용되었지만, 교회에선 교회이데올로기와 값싼 구원론이 성도들로 하여금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