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고난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란다”

제자들과 동고동락, ‘울보교사의 눈물’

2015-07-15     이인창 기자

서울 영훈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최관하 교사. 그는 일명 ‘울보교사’로 통한다. 매일같이 학교에서 만나는 제자들이지만,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고민을 위해 함께 기도하다 보면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1980년대 후반 교육계에 입문한 최 교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지 않았을 때는 제자들과 원활한 소통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997년, 루게릭병에 걸린 두 명의 제자를 만나면서 그의 교사생활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었다.

5대째 기독교신앙을 이어온 아내를 만나 교회는 나갔지만, 루게릭병에 걸린 제자들을 위해 매일 매일을 눈물로 기도하면서 비로소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눈물로 기도하는 선생님인 것을 가장 먼저 아는 것은 역시 제자들이다. 청소년들이 교사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갖는 생각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불통이다. 대화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최 교사는 달랐나보다. 오히려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고, 믿지 않는 아이들은 기도까지 요청하곤 한다. 복도에서 기도제목을 알려달라고 하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는 쉽지 않지만, 아이들의 양해를 구하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기도로 수업을 시작하고 있다. 아이들의 인성에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 교사는 시인이자 저술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17권의 책을 낸 작가다. 틈이 날 때마다 글을 쓴다는 그는 반 아이들에게도 자주 감성적인 글을 적어 건넨다. 또 아이들의 글도 받는다. 글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하는 또다른 소통 방식이 되고 있다. 

“고난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조금만 참아보자.” 그가 자주한다는 이 말 속에서 제자들은 스승의 진심을 알아본다. 때론 제자들과 노래방, 피시방 같은 곳에 함께 가는 교사다. 

“‘개웃겨’, ‘개재미있어’ 이런 말 들어보셨어요? 예전 우리 세대에서는 이런 말이 욕설로 들릴 수 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매우’ 영어로 베리(Very) 이런 의미입니다. 가끔 이런 표현을 활용하면 아이들의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집니다.”

최 교사는 2006년에는 영훈고등학교를 졸업한 기독학생 동문들의 후원으로 인근 호프집을 인수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잠시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3천만원의 보증금과 매월 120여만원의 월세는 그의 제자들이 감당하고 있다. 2008년에는 백석신대원에서 공부한 후 목사안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교사이면서 현장 목회자로서의 삶도 살고 있는 셈이다.

현재 최 교사가 맡고 있는 반 학생은 49명이다. 요즘 교육환경에서는 꽤 많은 편이다. 주로 학업을 소홀히 하거나 대학진학을 포기한 아이들이 많다. 그는 매일 아침에 교실 청소를 혼자 한다고 한다. 함께하는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아이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기자를 만난 날에도 학교에서 징계를 받게 될 제자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아이들의 문제 자체를 보기보다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일대일 만남을 갖는 것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래야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기 때문이고, 또 그래야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그는 교육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교사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최근 기독교 교육영상을 만들고 있는 ‘에듀베이션’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했다. 최 교사의 짧은 강의영상과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영상 CD ‘울보선생의 눈물’을 만든 것이다.

그가 겪었고, 동료교사들이 경험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교사들이 찾아야 할 것, 아이들에게 전해야 할 것을 유유히 풀어내고 있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 한 소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눈물은 좌절과 한탄이 아닌 다음세대를 감동으로 적시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울보선생의 눈물’은 다음세대를 향한 주님의 마음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