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금요일,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외친 '부활의 소망'

교회협, '맹골수도' 선상 위로예배...팽목항에서도 기도회

2015-04-03     이인창 기자

진도를 찾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는 한국기독교회협의회 등 기독교계는 성 금요일을 맞아 세월호 사고 해역을 찾아 선상예배를 드렸다. 같은 시각 팽목항에서도 기도회를 갖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편지를 띄웠다.

세족목요일 진도를 방문해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한 참석자 중 103명은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동경126도 북위 34도 '맹골수도' 사고 지점으로 이동했다.

선상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예장 통합 사무총장 이홍정 목사는 ‘오늘의 갈릴리는 어디입니까’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고, “한국교회가 304명의 무고한 희생자들의 죽음을 뼈아프게 되새기고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절망의 바다에 모든 희망을 수장시킨 희생자 유가족들의 고난 한복판에 예수께서는 현존하신다”며 “권력자들에 의해 십자가에서 처형당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세월호와 함께 수장된 정의는 진리와 함께 반드시 살아돌아올 것”이라고 위로했다.

배에 동승한 희생자 유가족, 실종자 가족과 예배 참가자들은 사고지점 부표를 향해 헌화하고 슬픔을 나눴다.

이런 가운데 동시간대 팽목항에서도 150여명이 성도들이 자리해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기도를 함께했다.

팽목항 등대 앞에서 진행된 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은 통성으로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제목으로 기도했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현장을 지켜온 유가족 대책위 김성훈 총무가 사고 초기 안타까웠던 현장과 지금의 과제를 증언하며 한국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김 총무는 “약속했던 세월호 인양 약속은 미룬 채 정부는 자기들의 주장만을 일삼고 있다”며 “가족들만의 힘으로 어려워 이 자리에 함께한 교회가 같이 해주셔야 세월호가 인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9명 실종자 중 다윤이의 어머니는 사고 이후 뇌종양 수술 시기마저 놓쳤지만, 딸을 찾기 전에는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신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고, “그럼에도 슬픔이 가득한 팽목항이 미래에서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도회 후에 참석자들은 정성껏 엽서를 작성해 등대 앞에 마련된 ‘하늘나라 우체통’에 넣었다.

한편, 성금요일 선상예배는 당초 풍랑주의보로 출항이 어려워 무산될 뻔 했지만, 아침 풍랑주의보가 해제되면서 가능해졌다.

이번 세족목요일과 성금요일 고난의 현장에 함께했던 교회협은 부활주일 새벽 5시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부활절예배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