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마술’ 꿈꾸는 기독 마술사

2015-01-29     이성원 기자

마술로 복음 전하는 한국교육마술협회 함현진 회장

‘기독 마술사’ 함현진. 어째 좀 낯설다. ‘기독’과 ‘마술’의 만남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함현진 한국교육마술협회 회장의 이력을 보면 그 어색해 보이는 조합이 사실은 그가 하나님께 받은 사명의 결정체임을 짐작케 한다. 그것은 마술을 도구로 복음을 전하는 일이다.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마술이야말로 오늘날 복음 전도에 가장 유용한 ‘방법’임을 설득당하게 된다.

개혁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안양대학교 신학부와 석사과정을 거치며 신학적 소양을 쌓았다. 신학생 시절에는 복음의 열정을 따라 멀리 있는 양평의 작은 교회를 섬기기도 했고 중국 최대 한인교회인 청도한인교회의 전도사로 사역도 해봤다. 이런 정통 신학 교육과 목회 현장의 경험 속에서 마술을 접하게 된다. 그로서는 운명적이었다.

 

마술을 배운 개혁주의 신학생

“제가 신학생 때 우리 교단 최연소 레크리에이션 강사일 정도로 이쪽 방면에 소질이 많았습니다. KBS 방송국에서도 인정받는 인형극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죠. 어느 날 버스에서 ‘벼룩시장’을 보다가 마술광고를 보게 된 거예요.”

인형극의 보조수단으로 마술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찾아간 학원. 눈 앞에서 갑자기 동전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마술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장학원에 등록했다. 이때 배운 마술을 가지고 중국 한인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며 중국 전역에 마술 공연을 다녔다.

“그때까지만 해도 초보 수준이었죠. 마술의 꽃이라고 하는 비둘기 마술은 못할 때였습니다. 살아있는 생물을 가지고 마술하는 건 가장 난이도가 높거든요. 그때부터 거의 독학으로 연습을 했죠. 외국에 비디오테이프를 주문해서 테이프가 닳도록 보면서 연습을 했어요.”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자 점점 유명 마술사로 자리를 잡아갔다. 각종 국제마술대회에서 개막 초청공연을 했고, KBS, MBC, SBS 등 여러 방송국에서 마술총감독 등 마술과 관련된 일을 맡았다. 한국 최초로 ‘교육마술’의 개념을 도입해 방과 후 마술교과서를 펴내는가 하면, 대학에 마술학과를 개설하고 영어를 배우는 마술, 중국어를 배우는 마술 등 마술을 통해 교육적 성과를 이루는 분야를 개척했다.

자칫 ‘눈속임’으로 무시될 수 있는 마술을 통해 실재하는 유익한 결과물들을 계속 만들어내면서 2009년에는 대한민국 지식경영 대상 교육부문을, 2012년에는 한국 신지식인상을 마술사 최초로 수상했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재능나눔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그동안 재능기부해온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의 마술은 복음 전도에까지 확장됐다. 이른바 ‘가스펠 매직’(복음 마술)이다.

마술도 기독교 문화로 활용해야

가스펠 매직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불이 붙는데 타지 않는 마술을 통해서 다니엘의 세 친구가 풀무불 시험을 이겨내는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빈 물통에서 계속 물이 나타나는 마술을 통해 엘리야 선지자로부터 기름과 밀가루가 끊이지 않는 복을 받은 사르밧 과부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한다.

신문지 5개로 야곱의 축복을 설명해주고, 중국 링 마술을 통해 에베소서의 연합을 입체적으로 기억시켜주며, 비둘기 마술을 통해 비둘기처럼 임하시는 성령의 임재를 표현한다. 줄을 끊고 탈출하는 줄 마술을 통해 죄의 삯은 사망이며 그것을 끊은 방법은 예수 그리스도 뿐이라는 걸 관객들에게 각인시켜준다.

그러나 마술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은 아직도 두텁다. 성경에 나오는 ‘술객’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다, ‘마술’하면 ‘속임수’가 연상되는 고정관념 때문에 마술을 통해 기독교 문화의 지평을 넓히고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그는 안타깝다.

“마술을 속임수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속임수 아닌 게 어디 있습니까? 유명한 기독교 영화 ‘벤허’는 성경에 나오는 1%의 사실로 99%의 허구를 만들어낸 것이죠. 우리가 보는 영화, 드라마들도 사실 다 거기 ‘속임수’가 있는 것 아닙니까? 영화에서 케첩 뿌리고 거짓말로 죽었다고 비난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유독 마술에 대해서만은 관대하지 않습니다.”

종종 교회에서 갖기로 한 가스펠 매직 공연이 갑작스럽게 교회의 일방 통보로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개 가스펠 매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장로님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공연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고 한다.

 

공연을 보면 바뀌는 편견들

지난 해 송구영신예배 때에는 창원의 한 교회에서 가스펠 매직 공연을 했다. ‘물음표’를 마음에 담고 왔던 교인들은 ‘이렇게도 복음을 전할 수 있구나’ ‘감동받았다’ ‘눈물 났다’는 등 ‘느낌표’를 가지고 돌아갔다. 최고의 마술 공연에 복음을 담으니, 그 반향이 컸다.

“옛날에는 한국교회가 세상보다 문화가 앞서갔지만 지금은 뒤처지지 않았습니까? 요즘은 인형극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교회로 오지 않아요. 시시하거든요. 그러나 마술은 아직도 아이들을 끌어 모으는 효과가 큽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교회로 오게 해서 복음을 효과적으로 듣도록 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 아닙니까? 복음은 변하지 않지만 복음을 담은 문화, 포장은 늘 새 것이 되어야 한다고 믿으니까요.”

그가 어릴 적에 살았던 경기도 안양8동에는 12층짜리 아파트가 딱 두 개 있었다. 모든 집들이 납작하게 엎드려있던 시절에 그 두 개의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경비아저씨 몰래 들어가 그 신기한 엘리베이터를 오르락내리락 타고 놀았다.

“저는 하나님이 주신 공기도, 하늘도, 구르는 돌, 바람, 벌레도 다 신기합니다. 80년대에 아버지께서 포니 택시하실 때에 카폰 쓰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 신기한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신기해할 줄 모릅니다.”

‘마술사’의 눈에는 모든 게 신기하다. 온 세상이 온통 마술 같고 신비한데, 사람들은 무감각하다. 감사와 감동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에 그는 마술로써 그 신기함을 회복시키고 싶다. 맨날 맨날 신비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가 꿈꾸는 지상 최대의 마술은, 사랑이다. 그는 연출된 쇼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려고 한다. 진정한 마술은,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다. 마술 공연으로 재능 기부에 열심을 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사랑의 원천이신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마술. 그래서 그 은혜의 신기함을 회복시키는 지상 최대의 마술을 그는 새해에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