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개혁 ‘숨고르기’ ... 이대위 보고서 차기 임원회로 넘겨

지난 27일 제26차 정기총회 ...대표회장 입지 굳건히 세워

2015-01-27     이현주 기자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이단 재론 문제는 차기 임원회로 넘기며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영훈 목사는 지난 27일 열린 제26차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정관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WCC와 관련된 음해를 일축하면서 대표회장으로서 권한을 명확히 행사했다.

68개 회원 교단과 단체 중 과반수 이상(58개)의 참석으로 개회한 이날 총회는 이영훈 목사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됐다.

# 이영훈 대표회장, 둘러싼 루머 일축... 대표회장 입지 다지기 성공

이영훈 대표회장은 “최근 한기총 정관이 승인되지 않았다. 혹은 WCC와 관련됐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그러나 정관은 지난 1월 6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얻었고, 오늘은 승인된 정관에 따라 합법적으로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한기총이 ‘무주공산’이라는 식의 악성 루머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단호한 개혁의지를 천명했다.

WCC를 둘러싼 음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영훈 목사는 “바로 어제 저녁까지도 나와 WCC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문자가 돌고 있었다”며 “기하성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가입한 것은 가장 복음적인 기하성이 성령의 바람으로 진보에 치우친 교회협을 변화시키라는 조용기 원로 목사의 결단이 있었던 것”이라며 “교회협 회장도 교단 순번에 따라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훈 목사는 “나는 홍재철, 길자연, 김삼환, 김영주 목사 등 4명이 서명한 1.13공동선언문을 지지한다”며 “이것은 한기총의 정체성이자 한국교회가 복음주의로 나아갈 내용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당시 이러한 모든 내용을 계승하고 한기총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밝히면서 대표회장의 신학사상을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강한 반박에 나섰다.

이영훈 대표회장이 총회를 시작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먼저 언급한 것은 한기총 일각에서 일고 있는 ‘대표회장 흔들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기총 내부에서 대표회장 흔들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 11월 임원회 이후. 당시 임원회에서 이영훈 대표회장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이단 문제를 재론할 수 있다”며 교계 전체를 대상으로 ‘이의신청’을 받았다. 실제로 7개 교단과 단체에서 이의신청이 접수되자 한기총 내부에서는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정관을 앞세워 대표회장 자격 문제를 들고 나왔다.

총회 개최 직전까지 이영훈 목사의 WCC 부산 총회 참석의 건을 가지고 혼란을 일으킨 ‘선동’에 대해 이영훈 목사는 “나는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당시 WCC 내 이단 사상과 종교다원주의, 동성애 옹호, 개종전도금지 반대, 용공주의 등에 대해 반대한 홍재철 목사의 신학사상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앞으로도 근본합의는 그대로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이날 총회의 상당 부분을 자신을 둘러싼 루머를 일축하는데 할애했다.

# 이대위는 자체 보고서로 이영훈 대표회장 압박

제26차 한기총 정기총회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총회를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19일 열린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보고서 때문이다. 한기총 이대위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류광수와 박윤식 목사 이단해제에 대한 이의제기에 대해 다뤘다.

이대위는 7개 교단과 단체가 보내온 이의제기를 대부분 기각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대위는 172명의 교수들이 보내온 이의제기에 대해서는 “172명의 교수들 자체가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대표자도 없어 불온 투서”라고 정의했다.

한교연의 답신에 대해서는 “류광수 목사와 박윤식 목사가 무슨 잘못이 있는지가 빠져 있다”며 “한기총이 이단 해지나 검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한교연이 지금까지 한기총을 비난해온 일종의 비방 내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심지어 이대위는 “한교연은 WCC를 추종하는 세력”이라며 “WCC 총회의 주체가 된 통합이 만든 단체이므로 한기총을 무단 이탈한 단체의 이의제기를 받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기총 이대위는 이런 식의 해석으로 7개 교단과 단체의 이의제기를 전부 묵살했다. 250여 국내 교단과 단체에 보낸 공문에는 ‘한국교회 연합과 발전을 위한 제안의 건’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그 해석에 있어서는 ‘연합’은 없고, 이대위의 정당성만 강조했다.

감리교의 이의제기에 대해서는 오히려 특정 인사를 받아들인 감리교 내부 사건을 언급하면서 “감리교가 이단 해제를 하는 과정에서 어느 공교단이나 한기총에 의견을 물었어야 한다”며 되묻는 ‘맞불’ 방식을 택했다.

이와 같이 모든 이의제기를 기각하거나 잘못된 문서로 치부한 이대위는 “한기총 이대위, 이단사이비대책전문위, 질서확립대책위, 신학위원회 공동조사 결과 7개 교단 및 단체의 이의제기는 전혀 가치가 없음을 보고한다”며 “류광수 목사와 박윤식 목사는 목회자로서 성공한 목회자이며, 보수 복음주의자들이며 WCC를 지지하는 통합이나 감리교가 주장하고 WCC의 핵심인 종교다원주의, 동성연애, 혼합주의, 개종 전도 금지주의 등의 신학을 철저히 반대해온 한국교회 지도자로서 한국교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훌륭한 목회자들”이라고 옹호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대위 등 4개 위원회는 “류광수는 한국교회 개혁신학에 최고 뿌리를 둔 개혁총회의 일원이고, 박윤식 목사는 한국교회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대한민국 법정에서 해결하여 1, 2심에서 승소한 분”이라며 “우리 한기총은 이 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서 한기총의 훌륭한 지도자로서 그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이대위 보고서를 채택해줄 것을 보고한다”고 밝혔다.

한기총 이대위는 류광수, 박윤식 목사를 보호하는 한편, 이의제기를 보내온 일부 교단에 대해 ‘이단’ 주장을 펼치면서 맞불을 놓았다.

이대위는 교회협이 가톨릭과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창립한 것을 다루면서 “교회협과 예장 통합 총회장이 협의회 창립에 서명하였으므로 그 교단을 이단옹호 교단 및 서명한 자는 이단으로 볼 수밖에 없고, 소명할 기회를 주기 위해 소환할 것을 임원회에 보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한기총이 합법적으로 해제한 류광수 목사와 박윤식 목사를 이단 주시자로 결의한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총회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로 결의했다”고 보고했다. 나아가 이대위는 로마 가톨릭은 ‘기독교’가 아님을 결의해달라는 청원도 함께 올렸다.

개혁에 반대하는 그룹은 이대위를 앞세워 이영훈 대표회장의 의지와는 정반대의 결의를 내놓으며 사실상 압박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임원회 결의를 정면으로 거부한 채 이대위와 질서위 등 일부 위원회가 독자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한기총 총회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됐다. 그러나 정관에 따라 위원회 보고서는 임원회 보고 후 실행위원회에서 결의하는 것을 재확인하며, 차기 임원회로 넘겼다.

차기 임원 및 위원회 조직은 명예회장과 원로들의 자문을 받아 대표회장이 임명해 실행위원회 인준을 받는 것으로 위임했다.

총회에 앞서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회비를 내고 복귀한 기하성 서대문을 그대로 받기로 동의한 것을 제외하고, 이날 총회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일종의 ‘휴전’에 접어들었다.

이단 재론을 포함한 한기총 개혁의 ‘2라운드’는 이영훈 대표회장의 임원 선임 이후에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