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부활절 준비” 선언… 연합예배 분열오나?

‘하나의 예배’ 강조하던 교회협, 연합정신과 반대 행보 시작

2015-01-22     이현주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부활절연합예배를 별도로 드리겠다고 나섰다. 지난 19일 회원교단 총무단 회의를 통해 그동안 고수하던 ‘교단연합’에 대한 반대의 뜻을 피력하면서 “부활절의 정신과 신앙을 구현하는 NCCK 차원의 부활절을 준비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부활절 분열의 서막을 알렸다.

교회협은 지난 19일 “교회협 회원교단 총무회의는 최근 교계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5년 부활절예배 준비와 관련하여 결산도 완료하지 않은 2014년 준비위원회가 2015년 준비위원회의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교회협은 과거 부활절 준비를 위한 조직의 상설화가 가져왔던 폐단을 바로잡고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2005년의 합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부활절의 정신과 신앙을 구현하는 교회협 차원의 부활절 준비를 하고, 교회연합과 관련하여 원칙에 따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6개 교단이 참여했다.

교회협은 부활절 예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구성된 2015년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방법을 택했다. ‘결산도 완료하지 않은’ 위원회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과연 2014 부활절준비위원회는 결산도 하지 않았고, 상설 조직으로 변질됐을까?

 # 재정 책임 언급 없고, 정산 문제만 지적

부활절준비위는 이미 지난해 11월 결산모임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22개 교단이 참여했다. 교회협 측 준비위원장인 감리교의 조경렬 목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공동준비위원장 홍호수 총무는 “조경렬 목사의 일정에 맞추느라 모임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문자로 모임을 공지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교회협 소속 총무들은 대부분 불참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준비위는 2014년 부활절연합예배 결산을 논의했다. 그러나 재정 실무를 맡은 주관단체가 결산 서류를 보내오지 않아 미흡한 보고를 추후 받기로 한 후 최종 회의를 마쳤다. 2014부활절연합예배는 49개 교단이 참여했지만 분담금 납입의 저조로 적자로 마감됐다. 12월 말 결산을 마무리하고 부족한 예산에 대해서는 2015년 부활절준비위원회가 책임지기로 했다. 그런데 교회협은 2014 준비위가 결산도 하지 않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공동준비위원장 조경렬 목사는 “결산 회의에 일부러 가지 않았다. 결산을 위한 논의와 함께 내년도 부활절 준비도 안건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 모임을 결정할 책임이 2014년 준비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가봐야 뻔한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해 불참했다. 결과는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준비위는 매년 마지막 모임에서 내년도 부활절 소집 문제를 논의해왔다.

결산모임이 있던 날 조경렬 목사는 교회협 일치위원장 자격으로 실행위원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교회협이 부활절의 주제와 방향은 같이 하되 연합에 집착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보고를 했다. 한자리에 모여야만성공적인 예배가 아니라는 것.

2014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회원 교단 분담금이 4천450만 원에 그쳤다. 9개 교단만 분담금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 마저도 교회협 회원 교단 중에서 감리교와 구세군에서 1천2백만 원, 한교연 회원 교단 중 백석, 고신, 합신, 기성, 대신, 합총 등 5개 교단에서 2천250만 원이 입금됐다. 한교연과 교회협 양쪽에 모두 소속된 통합이 1천만 원의 분담금을 냈다. 한국교회가 함께 준비하고 공동의 참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교단 분담금 납입이 저조한 것. 여기에 예장 백석 장종현 총회장이 대회장 자격으로 2천만 원을 더 후원했고, 행사 진행 중 동원과 홍보에 사용하라며 별도의 찬조금을 더 보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활절 결산은 적자로 마감됐고 2015년 준비위로 이월됐다.

조경렬 목사는 “준비위원장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당초 동원과 재정은 한교연 측에서, 프로그램 진행은 교회협이 맡았다”고 주장했다.

교회협 총무회의에서 ‘정산도 하지 않은 준비위원회’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적자재정을 겨냥한 것이다. 적자 재정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하지 않은 채 책임을 묻는 회의만 진행한 것이다.

교회협 소속 총무들도 부활절 준비과정에 참여했고, 연합예배 재정 부담이 순서자에게 편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단 분담’의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교회협 소속 교단 중 분담금 약속을 지킨 곳은 2교단 뿐이다. 당연히 적자재정으로 마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회협 회원 총무들은 ‘정산’의 문제만 부각시키면서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 2014준비위와 2015준비위 차이점은 '교회협의 실무 배제' 

교회협의 이번 결정이 신중치 못한 것은 지난 3년 간 교회협이 주장해온 예배의 하나됨과 교단연합에 대한 의지를 정면으로 뒤집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교회협은 지난해 2월 24일 ‘한국교회 부활절 준비를 위해 기도하는 모든 이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서신을 발표했다. 부활절연합예배는 지난2011년 이후부터 교회협이 주도한 ‘교단연합’과 ‘한기총’으로 양분되어 드려지고 있었다. 하나의 예배를 위한 교계의 우려가 심각한 가운데 교회협은 “연합단체의 대표로서 예배의 분열은 안 된다는 염려에 십분 공감한다”며 예배의 하나됨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교회협은 또 “주관단체로서 위상을 내세우지 않고 그 준비과정을 한국교회의 유수한 교회들에게 내어주었다”고 주장했다. 김 총무는 더불어 “이것은 전적으로 한국교회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단행한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불과 일년 만에 공공성과 부활의 정신을 운운하며 교회협의 기득권을 피력하고 나섰다. 심지어 지난해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준비위원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올해 부활절준비위는 지난해 조직을 이어받았다. 지난해 교회협의 시각에서 ‘유수의 교단’들이 책임을 맡았다. 모든 것이 지난해와 유사하게 추진되고 있다. 주요 교단들이 공동상임대회장을 맡고 대표 대회장에 기성 총회장 이신웅 목사를 추대했다.

교회협과 비 교회협에서 한 명씩 맡던 공동준비위원장 제도가 조직의 이원화를 초래하고,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예장 통합 이홍정 사무총장이 단독으로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여기에 실무 총무 역할을 하는 사무국장은 보수교단을 대표해 고신 구자우 총무를 선임했다. 교회협, 한기총, 한교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고신이 중립성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모임에는 통합, 합동, 감리교, 기하성, 침례, 성결 등 주요 교단이 모두 참여했다. 한마디로 교단의 합의 하에 모든 의사가 결정됐다. 예배의 원칙은 지난해와 똑같이 ‘교단연합’으로 했고, 연합기관 소속 교단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연합기관은  대표성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지난해 결의를 재확인했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라면 이원화된 준비위원회 조직이 일원화된 것과 실무책임을 ‘교회협’이 맡았던 것에서 ‘교단연합’의 원칙에 부합하기위해 교단에서 실무조직을 책임진다는 차이 뿐이다. 즉, 실무책임의 교체는 교단연합의 상황에서 특정 연합단체가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전제된 것이다.

 # 부활절연합예배, 교회협만의 오랜 전통?

교회협의 주장이 명분을 얻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부활절연합예배가 전통을 이어가며 ‘교단연합’으로 드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교회협은 항상 교단 안배를 중요시 했다. 2012년에는 한기총 회원인 합동의 불참을 우려해 순서에 증경총회장을 참여시켰으며, 2013년에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와 연대하면서 각기 다른 전통이 모두 참여했음을 강조했다. 한장총이 참여함으로써 그 안에 소속된 합동도 참여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교회협이 주도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교단이 참여하는 예배인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하나의 연합예배에 대한 명분을 쌓아왔다.

교회협의 주장은 창립 정신에도 위배되는 결정이어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영주 총무는 “교회협은 1924년 한국교회 선교협력을 위해 탄생한 조직”이라며 “갈등보다는 협력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부활절 준비와 관련해서 교회협이 주관단체로서 자격을 주장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장을 열어주고 실무는 돕는 일로 자기 역할을 최소화 한 것도 교회협이 지향하는 일치정신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불과 일년 만에 일치정신을 재해석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교회협은 부활절연합예배의 분열은 “교회의 교회되지 못함에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교회협은  지난해 발표한 서신에서 “오늘에 이르러 부활절 연합예배만이라도 하나되어 진행하자는 간절한 소망은 1962년부터 1978년까지 수차례 반복된 분열의 경험 때문”이라며 “연합예배의 분열은 권력의 유지를 위해 활용된 이념갈등이 교회에서도 재현된 결과였기에 교회의 교회되지 못함에 대한 고발”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어떠한 이유로도 예배를 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교회협의 기득권을 주장하며 교단연합 준비위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예배가 분열되더라도 소유주체를 명확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회협 일치위원장을 역임한 조경렬 목사는 “부활절연합예배는 교회협이 역사적으로 해온 사업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마땅하다”며 “다만 해마다 적당한 파트너를 찾은 것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부활절이 교회협 고유의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회협의 부활절 별도 준비에 대해 한목협과 미래목회포럼, 한장총 등 연합단체들은 우려를 표하면서 “지난해 한국교회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배만은 하나로 드리겠다는 연합정신을 교회협이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며 “부활절연합예배는 교단연합으로 하나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