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희 목사 "한기총과 통합추진하겠다"

20일 한교연 대표회장 후보자 정책발표...이단문제 선결 조건부

2014-11-20     이현주 기자

갈라진 복음주의 연합기관의 대통합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한국교회연합 제4대 대표회장 후보로 단독 입후보한 예장 백석 증경총회장 양병희 목사가 지난 20일 열린 정책발표회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이유를 초월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한기총이 같은 날 오전에 열린 임원회에서 양 기관 대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이단 문제를 재론할 수 있다는 결의를 내린 것.

정책발표에 나선 양병희 목사는 “한교연과 한기총은 본래 하나였다. 한기총과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양 목사는 이어 “걸림돌만 제거되면 임기 중에도 통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기총과의 통합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음을 드러낸 의견이었다.

그러나 양 목사는 “한기총과 통합에 있어 선결과제가 있다”며 이단문제를 언급했다. 회원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집단을 그대로 두고 통합을 한다면 또 다른 분열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포함된 것이다. 양 목사는 “한기총이 이단 문제만 잘 매듭 짓는다면 통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통합추진위원회는 구성하되, 이단 문제는 이단을 규정한 교단에서 전문위원을 구성해 객관성 있게 풀어나간다면 잘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책발표 내내 한기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에 대해 기대와 지지를 보낸 양병희 목사는 “이영훈 목사는 훌륭한 분이다. 그 분 역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궁극적 목적은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표회장 취임 후 증경회장과 임원, 실행위원들에게 의견을 물어 통합추진위원회 구성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양병희 목사가 한기총과 통합을 강조한 것은 복음주의 연합기관의 분열에 성도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양 목사는 “한교연과 한기총이 대립관계로 비쳐지면서 성도들이 마음 아파한다. 지금 한국교회가 아파하고 기대하는 것은 하나가 되자는 것에 있다”며 “하나가 된다고 하면 이 목사와 나는 임기 중이라도 다 내려놓을 수 있다. 사심 없이 그 일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양병희 목사의 통합 추진 의사에 이어 한기총이 이단 문제에 대한 재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대화를 가로막았던 걸림돌은 한 단계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 한기총은 다락방과 평강제일교회에 대한 이단 해제 서류를 전 교단에 보내 검증을 요청하고 한 달 내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재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기총이 말하는 ‘재론’이 단순히 한기총 이대위의 권한인지, 양병희 목사의 제안대로 범교단적 이단 심의기구를 다시 구성하는 것을 뜻하는지 아직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일단 재론 가능성을 열어 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교연 대표회장으로 정책과 포부를 밝힌 양병희 목사는 “한국교회가 지금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는 배와 같이 되었다”며 “다시 일어나는 방법은 연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속도가 늦더라도 마음을 합해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목사는 연합의 방법으로 ‘복음’을 제시했으며, 복음적 기준이 명확하다면 이단 문제도 객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목회자 과세와 같은 대사회적 문제가 있을 때 한교연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예언자적 기능을 감당하는 연합기관으로 한교연을 이끌어갈 뜻을 밝혔다.

또 한교연 회원 교단들 안에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TF를 구성해 통일 시대 준비와 한국 교회 미래를 진단하는 작업을 전개하겠다고 전했다. 양 목사는 “기독교를 공격하는 세력이 교회 안팎에 엄청나다”며 “경제인, 법조인 등 전문 평신도들을 활용해 팀을 구성하고 기독교를 보호하는 일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발표회를 이끈 선거관리위원장 박위근 목사는 “이제 4기를 맞이하는 한교연이 짧지만 한국교회 전체의 건강성을 위해 일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한교연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다시 한 번 새로운 선교의 장을 펼치는 귀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교연은 오는 12월 2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제4회 정기총회를 열고 대표회장 선거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