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합격한 건 하나님의 기적이에요”

2014-11-05     이성원 기자

외교관후보자 시험 최연소 합격자 정인희 씨
지난해부터 외무고시를 대체해 치러진 올해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서 최연소로 합격한 정인희 씨(서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학교를 휴학하고 불과 1년 반 정도 시험을 준비한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로 합격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다보니 경험과 지식에 있어서 불리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이 길이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이면 내가 못해도 길을 열어주실 것이고 반대로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으면 내가 잘해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세 차례 시험을 통과하면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 수밖에 없었던 여러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며 시험을 치를 수 있었던 뚝심이 여기 있었다. 그녀가 한 일반 신문 인터뷰에서 “단기간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고백한 이유가 여기 있다.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어서 지원
“원래 제 꿈은 고등학교 때까지는 국선변호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학창 시절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프고 힘든 분들이 눈이 보이기 시작했죠. 그분들을 돕는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때 마침 법대가 폐지되고 로스쿨이 생겨서 학부생으로는 법을 공부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들어간 그녀는 경제, 언론, 외교 등 여러 분야의 강의들을 들으면서 전공을 찾았다. 그때 외교학과에서 개설된 강의들을 듣는 가운데 외교관의 꿈이 마음 속에서 싹이 나기 시작했다.

“외교가 한 나라의 위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야라는 걸 그때 새삼 깨달았어요. 외교를 잘하면 역사적으로 나라가 부강하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힘들게 된다는 것이죠. 탈북자 강의도 듣고 한미 FTA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도 들으면서 도전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어요.”

졸업을 한 학년 앞두고 휴학했다. 외교관후보자 시험 공부에 돌입했다. 처음엔 막막하고 난감했다. 어린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그녀에게 도움을 줄만한 선배나 지인들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집은 김포공항 근처라 1시간 30분이 걸리는 서울대 근처의 학원에도 다니기 어려웠다. 불안감이 늘 따라다녔지만 그때마다 기도로 떨쳐냈다.

“1차 시험은 사실 공부 안 해도 붙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작년에 이 시험을 한번 봤는데 점수가 높게 나와서 이번에 자만했던 것 같아요. 첫 번째 시간에서 너무 어려워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 세 번째 과목은 괜찮게 봤다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와 채점을 해봤더니, 오히려 정반대였어요. 두 번째, 세 번째 과목이 안 좋았고 오히려 첫 번째 과목이 저를 살렸더라고요.”

그때 그녀의 마음을 적시는 깨달음이 있었다. ‘내 능력으로 잘해서 이 시험을 합격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면 가는 것이고 아니면 못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야만 가는 길이구나.’

본격적인 시험인 2차를 앞두고 허리가 문제가 생겼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시험을 위해 전력을 다해도 부족할 판인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시 또 두려움이 엄습했다. 합격에 대한 불안에다가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하는 의심까지 겹쳤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통증을 없애주시지는 않았지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셨다.

지치면 암송하고 불안하면 찬양하고
힘들 때면 늘 그렇듯이 성경말씀을 떠올렸다. 잠언 3장 5절, 6절 말씀은 그녀의 애송구절이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공부하다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을 때면, 이사야서 40장 31절 말씀을 피로회복제처럼 먹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

마음이 불안해질 때면 CCM ‘사명’을 불렀다. 그녀에게 공부는 그녀가 받은 사명을 이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주일은 꼭 지켰다. ‘엄마’와 함께 종종 새벽기도회에도 나가서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다.

“2차 시험에서도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 저녁 6시쯤 지하철을 환승하려고 서 있다가 합격 문자를 받았어요. 너무 손이 떨려서 열차가 왔는데도 못타겠더라고요. 실수도 많았는데 합격하게 되고 보니 정말 제가 잘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문을 열어주셨다는 확신과 감사가 생겼어요.”

3차 면접시험 역시 불안 불안했다. 첫 번째 집단토론에서, 외교관은 당황한 내색을 비치면 안 되는데 살짝 드러내고 말았다. 쉬는 시간에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제 좌우명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고. 다행히 마지막 인성면접에서 시험관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여러 관문을 통과하여 최연소 합격자가 되기까지 정인희 씨에게는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 늘 기도해주며 중요한 고비 때마다 신앙적 조언을 해주었던 어머니 김영희 권사. 2차 시험 때 못 봤다고 울고 있을 때에도 이렇게 격려 주었다.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너를 이끌어 오신 걸 보면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널 책임지실 것이라는 걸 엄마는 의심치 않아.”

중1때 작정기도 계기로 성적 ‘쑥쑥’
아버지 정철웅 집사는 항상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때로는 썰렁할 수 있는 유머를 그녀에게 종종 던지곤 했는데 그녀는 “아빠의 개그를 무척 좋아한다”면서 웃었다. 또 교대를 다니는 여동생 예희도 그녀가 불안해했던 순간마다 편지로 자신감을 회복시켜줬다. ‘언니가 실패한 걸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면서. 그녀의 합격은 신앙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의 힘이기도 하다.

그밖에 그녀가 출석하는 오곡교회 목사님, 교우들, 친구와 친척들 등 그녀를 위해 격려해주고 기도해준 모든 분들이 감사하다. 심지어 ‘도서관에서 만날 때마다 응원해준 집사님’도 고맙다. 세상은 자기 혼자 힘으로만 살 수 없다. 누군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도우며 살겠다는 사명감으로 시험을 쳤는데 그녀 자신이 오히려 그 도움을 체험한 셈이다.

모태신앙인 그녀에게는 어려서부터 신앙과 공부가 둘이 아니었다. 그녀가 공부를 남다르게 잘하기 시작한 때가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때 작정기도를 했다. 어린 마음에도 공부로 이기고 싶은 상대가 있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면서 무서운 친구였는데 그 아이를 이기고 싶었다. ‘공부를 잘하게 해주시면 하나님의 길을 가겠다’고 하나님과 약속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새벽 6시면 저절로 눈이 떠졌어요. 새벽기도회를 갔다 오신 엄마가 제가 스스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셨죠. 그때부터 아마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가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스스로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법을 그때부터 터득한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 ‘공부를 잘하게 해주시면 하나님의 길을 가겠다’고 드린 작정기도의 서원을 그녀는 지켜가고 있다. 외국에서 곤란한 지경에 처해있는 국민들을 돕는 것은 물론 선교사들이 외국에서 선교하다가 부딪히는 장애물들을 뚫어주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 그 비전을 그리다 보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공부와 시험을 통해 오히려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정인희 씨는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이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학창시절에 하나님을 만난 건 참 큰 축복이었어요. 하나님이 저를 만나주시지 않았더라면 과연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저처럼 많은 학생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