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

강석찬 목사•예따람 예배공동체

2014-07-03     운영자

시론(時論)을 쓰기 위해 한 주간의 신문을 살펴보았다. 신문지상을 달구는 핫 이슈가 무엇인지 보았다. 지난 두 달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든 단어는 ‘세월호’다. 아직도 이 단어는 끝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뜨거운 단어는 ‘구원파’라 하겠다. 안성의 금수원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소음(騷音)이 “세월호와 구원파는 무관하다”라지만, 아무도 믿지를 않는다. 기독교침례회라는 간판을 달고 있어서, 한국 교회에 막대한 부정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 다음 단어는 구원파의 교주 ‘유병언’이다. 세월호 침몰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이다. 못 잡는 것인지, 안 잡는 것인지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있지만, 온 나라를 이렇게 기만할 수 있을까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역시 ‘정치권’이 뉴스 꺼리를 제공한다. 그 중심에 국무총리 지명자의 교회에서의 발언이 또 교회를 흔들고 있다. 그 말은 “하나님의 뜻”이었다. 시론자(時論者)로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논리로 A=B이고, B=C이면, A=C이다. 이 논리로 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국무총리 지명자의 말은 “하나님은 모든 것을 주관하신다. 우리는 나쁘고 악한 일을 경험한다. 우리가 겪는 악한 일도 하나님의 뜻이다”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논리로 그의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발언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리스도교의 신앙에 따르면, 하나님은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주장하신다. 그래서 “참새 한 마리라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떨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우리의 머리털까지도 다 세고 계신다(마 10:29~30)”고 모든 일이 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다. 이런 믿음, 그 믿음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다면, 아담이 선악과를 따 먹은 죄도 하나님의 뜻이 되고,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것도 하나님의 뜻이고, 이 민족이 일제의 지배를 받은 것도 하나님의 뜻이요, 나라와 민족이 분단되어 휴전(休戰)상태로 있게 된 것도 하나님의 뜻이 되고 만다. 이런 믿음이 옳을까? 과연 하나님의 뜻일까?

성경에서는 무엇이라고 가르칠까? 성경은 ‘하나님의 뜻’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데 3가지 잣대를 준비한다. 첫 번째는 하나님의 의지와 뜻으로 이룬 하나님의 창조질서이다. 하나님께서는 혼돈, 공허, 흑암, 깊음에 “빛이 있으라”하여 자연의 질서를 이루셨다. 이 질서 있는 자연을 보고 “좋구나!”하였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이라 할 때 자연스러운지, 질서를 세우는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두 번째는 하나님의 뜻을 담은 율법의 잣대이다. 율법은 하나님만을 예배하라와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것은 하나님의 뜻인지 판단하려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것인지, 세상에서 정의를 세우는 것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 번째 잣대는 하나님의 뜻을 완전하게 이룬 예수 그리스도의 잣대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완성하고자 십자가를 지셨다. 이 십자가를 사랑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인지 물을 때, 그 일에 사랑이 담겨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은 함부로, 아무데나 갖다 부치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께 묻지도 않고 ‘하나님의 뜻’이라 하는 것이나, 하나님께서 아무 대답도 않으시는데 자의적으로 ‘하나님의 뜻’이라 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거나 무시하는, 소위 하나님 앞에서 불경죄(不敬罪)에 속한다. ‘하나님의 뜻’은 이 땅에 평화, 정의, 사랑, 진리, 자연스러움, 질서, 생명살림, 나눔, 섬김 등으로 채워지는데 있다. 욕심을 채우고, 자기 명예의 탑을 높이고, 이웃의 고통을 외면한 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았더니 “복 받았다”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다른 민족에게 고통을 준 사건을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한 것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오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