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누리는 ‘창조적 영성’으로 목회 재발견하라

[도서소개] 유진 피터슨이 말하는 목회자의 영성

2013-03-12     표성중 기자

“주일마다 교회로 몰려드는 회중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목회의 소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면 목회는 ‘지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유진 피터슨의 주장이다. 근무 시간도 좋고, 사례도 적절하고, 위신도 상당하며, 회중의 기대에 부응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것 또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목회를 하나의 ‘직업’으로 볼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목회를 직업으로 볼 수 없다. 목사는 회중의 불안을 해소해주거나 위로하거나 종교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알게 하는 소명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사가 헌신한 것과 성도들이 목사에게 요구하는 것 사이에는 타협할 수 없는 없는 선이 있다. 갈등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목사는 어떻게 그 선을 분명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종교적인 직업을 준 사람들의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목회 소명에 대한 의식을 유지할 수 있을까?

유진 피터슨의 ‘목회자의 영성’(포이에마)은 엿새의 평일과 하루의 주일을 잇는 ‘창조적 영성’을 소유할 것을 강조한다. 목회자가 주일에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어렵지 않을뿐더러 명확하다.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강해하고, 믿음의 헌신을 요청하고, 기도하고 세례를 베풀고 성찬을 행한다. 하지만 주일 저녁이 되면서부터 목회의 명쾌함은 사라진다. 목회는 주일의 예배당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영성’은 주일과 주일 사이의 엿새가 목회의 본질을 보여주는 일터임을 강조한다. 또한 그 엿새 동안의 사역을 창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전복적인 영성을 소개한다. 일상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평일의 모순과 혼란 속에서 십자가의 존재를 발견하고, ‘평범한 것의 광채’에 주목하게 하고, 공동체와 함께 기도의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살아가는 일 한가운데 사역하는 목회자의 영성이라는 것이다.

또한 설교와 교육과 교회운영이라는 ‘직업’으로서의 목회가 아니라 소명에 의한 목회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분주함과 산만함과 피상성이 특징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성공주의의 집요한 집착을 뿌리치고 목회의 본질에 충실하게 사는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바쁘지 않은’, ‘전복적인’, ‘묵시적인’ 등의 세 가지 형용사를 갖고 목사의 본질을 정의해준다. 하나님 앞에서 조용함과 집중력을 배우는 것, 하나님 나라에 적합한 진리를 말하는 것, 사랑하는 것, 기도와 비유를 배우는 것, 그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현재 보이는 세상과는 다른 하나님 나라의 실재를 보게 하는 것 등이 목사를 목사되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한편, 제1부에서는 목회 사역에서 자주 간과되는 본질들을 붙잡기 위한 목사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2부에서는 산상설교의 팔복을 주제로 영혼을 치료하는 목회, 기도하는 삶, 관계의 언어, 목회기술로서의 잡담, 목사의 임무, 안식의 필요성 등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이어 3부에서는 예언과 시, 즉 설교와 기도를 통합하는 일을 하는 목사는 시와 친밀해져야 함을 강조하는 한편 저자가 지은 시 다수를 포함시켰다.